전력산업에 부는 '디지털 바람'…스타트업·가상발전소 투자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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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에너지 기업의 전력 디지털 프로젝트가 역대 가장 많이 추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해 빠르게 디지털 기술 역량을 확보하거나 탄소중립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가상발전소(VPP)에 선제적으로 투자했다.

25일 한전 경영연구원이 블룸버그NEF(BNEF)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세계 전력산업의 디지털 프로젝트는 89건이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도 53% 증가했다.

BNEF는 디지털 기기·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기술개발·투자·협력 등 활동을 '디지털 프로젝트'로 정의하고 있다. 에너지기업은 분산자원 통합, 전력망의 최종 단계인 배전단계에 활용하는 '그리드 엣지(Grid edge)' 제어, 전력망 유연성 강화 등을 추진하기 위해 디지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지난해 하반기 에너지기업의 전력산업 디지털 프로젝트 투자 금액 중 44%는 스타트업 투자·인수에 배분됐다. 지난해 하반기 스타트업 대상 지분투자 프로젝트는 총 27건, 인수 프로젝트는 12건이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퓨처 에너지 벤처스는 망 검사·관리 소프트웨어(SW) 개발 기업인 이스마트 시스템에 투자했다. 핀란드 전력망 솔루션 기업 샤퍼 쉐이프는 실시간 원격 감지 기술 기업 Ai4를 인수했다. 에너지기업이 스타트업 지분에 투자하거나 아예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디지털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에너지기업은 VPP에 대한 투자·인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7년 이후 29개에 달하는 VPP 관련 기업이 큰 에너지기업에 인수됐다. VPP 기업 인수는 2018년 1건, 2019년 8건, 2020년 2건, 2021년 12건, 지난해(8월 기준) 6건이다.

프랑스의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지난해 5월 VPP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오토 그리드를, 미국의 에너지기술 기업 엔페이즈 에너지가 지난해 10월 독일의 SW 개발 스타트업 그린컴 네트워크를 인수한 것이 대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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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발전소(VPP) 개념도 <자료 한국전기연구원>

VPP는 에너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 유형의 발전소다. 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ESS)·전기차 등 소규모 분산전원을 정보통신기술(ICT)로 연결해 제어·관리하고 에너지를 공급한다. 전국에 흩어진 다양한 유형의 자원을 통합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관리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특유의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미래형 발전소로 꼽힌다.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는 “VPP는 에너지 데이터,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연결한 데이터 기반의 에너지 솔루션”이라면서 “증가하는 재생에너지 변동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탄소중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VPP에 더 활발하게 투자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된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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