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움츠린 녹색 가전…고효율 비중 절반도 못미쳐

상반기 5대 가전 합산 46% 집계
정부기준 상향에 경기침체 겹치며
등급 하락 늘고 R&D 투자는 위축
신제품 출시도 작년보다 45% 뚝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상반기 기준 주요 5대 가전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 수

올해 출시한 5대 주요 가전(냉장고·에어컨·세탁기·건조기·공기청정기) 중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 비중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정부의 등급 상향 조정 여파에다 경기침체 여파가 고효율 연구개발(R&D) 투자 위축 등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5대 주요 가전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 합산 비중은 평균 46%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등급 제품 비중은 52.9% 였다.

품목별로는 전 제품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획득한 드럼 세탁기를 제외하고 4개 품목 모두 비중이 줄었다. 냉장고가 지난해 상반기 37.9%에서 올해 19.9%로 가장 많이 줄었고 △전기냉방기(37.7%→26.2%) △건조기(67.2%→58.8%) △공기청정기(25.8%→25.3%) 등도 10%포인트(P) 내외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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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가전 유통점에서 고효율 냉장고를 살펴보고 있다.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 수 기준으로는 감소 폭이 더 크다. 냉장고(191개→89개)를 시작으로 △전기냉방기(129개→65개) △드럼세탁기(155개→95개) △건조기(117개→50개) △공기청정기(38개→18개) 대부분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가전 업계 최대 이슈로 '친환경 고효율'이 부상한 상황에서 올해 들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이 크게 줄어든 것은 정부 정책과 경기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2021년부터 냉장고, 에어컨, 공기청정기, 제습기 등 주요 가전의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기준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 기술 발달로 1등급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강화된 1등급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설비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중소기업 제품을 중심으로 등급 하락 사례가 늘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침체와 가전 수요 둔화도 1등급 비중 감소에 부채질을 했다.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 투자 여력이 줄고, 가전 재고가 넘쳐나면서 신제품 출시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에너지공단에 등록된 5대 주요 가전 품목 수는 총 916개다. 지난해 상반기(1328개)와 비교해 44.9%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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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기준 주요 5대 가전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 수

고효율 가전은 R&D 비용도 많이 든 데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다. 경기침체 국면에서는 기업이나 고객 모두에게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과 고객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에너지 효율이 조금 낫더라도 저렴한 제품이 많이 생산되고 팔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1등급 제품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올해 들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R&D 비용이 많이 드는 고효율 제품 출시가 다소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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