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 공기와 물일 것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필수재란 우리 삶에 있어 거의 반드시 필요한 재화를 의미한다. 대부분 의식주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이외에도 삶을 풍성하게 만들거나, 생활에 없어서는 너무나 불편하게 하는 것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여기에 해당되는 것 중 하나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아닐까 한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유선전화가 필수재에 속했다. 하지만, 지금은 유선전화 역할이 이동통신으로 넘어 감에 따라 유선전화가 없는 세대도 많을 뿐 아니라 소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 수보다 많을 정도로 모든 사람에게 이동통신 서비스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이유는 앱을 사용하든지 직접 사이트에 접속하든 결국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유선전화를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했지만, 이제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보편적이어야 한다. 보편적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언제나 어디서나 적정한 요금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며칠 전 미 바이든 정부가 BEAD(Broadband Equity, Access, and Deployment: 광대역 평등, 접근, 전개 프로그램) 프로그램을 위해 약 54조원을 초고속인터넷 망 구축에 쏟아 붓겠다고 했다. BEAD을 통해 누구나 어디서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펀드는 초고속 인터넷 망을 업그레이드나 구축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사용된다.
2030년도까지 보편적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바이든 정부 정책의 우선으로 삼은 것이다. 미국 전 지역, 특히 저소득지역과 외곽지역에서 초고속인터넷을 적정한 요금으로 쉽고 편하게 사용하게 함으로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BEAD프로그램 선언은 역사적 사건이며, 초고속인터넷은 이제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라 는 하원의원의 말처럼 이제 초고속 인터넷은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최근 외곽에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이 OTT를 비롯한 콘텐츠 사업자들도 초고속인터넷 네트워크 투자에 동참해야 한다는 요청을 FCC에 했다. 컨텐츠 사업자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10년전쯤 OTT를 유료방송으로 규정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의에 대해 FCC가 정식으로 의견을 청취했다. 그 때 논의 중심은 유료방송에 적용되었던 프로그램 접근이나 지상파 재전송 규칙 같은 규제를 OTT에 적용하느냐의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이 부분에 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나아가 OTT사업자에게 외곽지역을 비롯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초고속 인터넷 망 구축을 위한 보편적 서비스 펀드를 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슈까지 추가되고 있다. 현재는 유선전화 서비스만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돼 있을 뿐인데도 말이다.
지금까지 망사업자들은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망에 많은 투자를 해왔는데 OTT 및 콘텐츠 사업자의 망 사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투자를 증대하기에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콘텐츠 사업자들은 망사용료를 전혀 내지 않은 반면에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특히, 외곽지역의 망 투자는 회수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불가능하다.
인터넷서비스가 보편적 서비스로 구분되어야 하는 논리하에서는 망사용자와 망사업자간의 망사용료에 대한 분쟁을 넘어 이제는 콘텐츠 사업자도 보편적 서비스 펀드를 같이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트래픽이 한정적인 음성위주의 통신서비스와는 다르게 초고속 인터넷은 서비스의 고도화와 망 사용량에 따라 망투자도 같이 증가하므로 망사용자도 망투자에 동참해야 한다는 논리다.
지금 국내에서는 초고속 인터넷이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 전 국민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막대한 데이터양을 요구하는 미래 고도화된 서비스가 보편적으로 사용될 때를 대비하여 망사용자의 망 투자 동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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