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 연설서 “독자 나노기술 활용
높은 에너지 밀도·긴 수명 구현”
삼성SDI가 독자적인 나노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장혁 삼성SDI 연구소장 부사장은 5일 열린 나노코리아 2023 기조연설에서 “연구소 내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S라인'을 가동하고 있다”면서 “독자 설계한 무음극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구현하는데 나노 소재가 중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다.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화재 위험성이 낮아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삼성SDI는 2027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다.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는 혁신 소재 기술로 수명을 개선한 무음극 기술(Anode-less) 설계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처음 셀을 만들 때는 음극이 없지만 충전 과정을 거치면서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해 음극층을 형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나노 소재인 실버카본 층이 추가돼 리튬이온 이동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돕는다고 장 부사장은 설명했다.
장 부사장은 “충·방전 과정에서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높은 에너지 밀도와 장수명 특성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코인셀 배터리(동전 형태의 배터리)에 이어 용량이 큰 셀에서 우수한 성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전고체 배터리 외에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한계를 극복해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도 다양한 나노 기술이 사용된다.
장 부사장은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요구를 충족해 리튬이온 배터리 에너지밀도를 현재 700Wh/L 수준에서 900Wh/L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소재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활물질의 성능을 향상키는데 실리본-카본-나노복합체(SCN), 기능성 그래핀, 다중벽(MW) 및 단일벽(SW) 탄소나노튜브(CNT) 등 나노 소재 기술이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흑연 음극재 용량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차세대 음극 소재로 실리콘을 주목하고 있다. 음극재 내 실리콘 함량을 높이기 위해 충방전 과정에서 실리콘 팽창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배터리 업계 과제가 됐다.
삼성SDI는 독자 특허를 보유한 실리콘 음극 소재인 'SCN(Si-Carbon-Nanocomposite)'로 대응하고 있다. SCN은 실리콘을 머리카락 두께 수 천 분의 1 크기로 나노화한 후 이를 흑연과 혼합해 하나의 물질처럼 복합화한 소재다.
배터리 도전재로 쓰이는 CNT 분야에서는 음극재용 도전재로 쓰이는 SW CNT의 가격을 낮추는데 집중하고 있다. 차세대 도전재로 기능성 그래핀도 활용 가능성도 개발하고 있다. 양·음극 활물질 내에 그래핀을 첨가하면 사용되는 도전재의 양을 줄일 수 있어서 나머지 공간을 더 많을 활물질로 채울 수 있어 에너지밀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