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첫 개각] 11개 부처, 1개 위원회 인사 단행..“이권 카르텔 맞서 싸워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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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통일부 장관을 포함한 장관급과 차관 인사 개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취임 1년만에 11개 부처, 1개 위원회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장관급은 2명에 불과하지만, 차관급은 12명을 대거 교체했다. 특히 지난 1년간 자신을 근접 보좌했던 대통령비서실 비서관(1급) 5명을 주요 부처 차관으로 전진 배치했다. 윤 대통령은 직접 이들을 격려한 뒤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을 발견하면 과감하게 맞서 싸워 달라”고 주문했다.

◇장관은 소폭

윤 대통령은 이번 인사에서 윤석열정부 1기 내각을 흔들지 않았다. 18개 부처 장관 중 통일부만 교체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내년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권영세 장관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우선 교체했다는게 중론이다. 권 장관은 윤 대통령이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몇 안되는 검사 출신 유력 정치인이다. 대선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다만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대북강경파라는 이유로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비판을 받고 있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김영호 후보자는 '원칙있는 대북정책'을 지명 소감으로 밝혔다.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전현희 전 위원장이 지난 27일 임기 만료로 인해 퇴임해 임명이 예상됐던 자리다. 권 전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퇴임 압박이 거셌으나 3년 임기를 모두 채웠다. 윤 대통령이 새 권익위원장에 검사 출신 김홍일 변호사를 내정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내정자는 대검 중수부장 시절 윤 대통령(당시 수사2과장) 직속 상관이었다. 김 내정자도 “여러 사정으로 흔들리고 있는 권익위를 빨리 안정시키고, 부패 방지와 국민 권익 구제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권익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다.

또 언론이 예상했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교체는 없었다. 방통위원장은 공석이나,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면직 처분에 반발, 법적 다툼을 벌이는게 이번 인사에서 제외된 이유로 알려졌다. 법원은 한 전 위원장의 면직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한 위원장은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산업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직접 인사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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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통일부 장관을 포함한 장관급과 차관 인사 개편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관은 대폭

장관과 달리 차관은 대폭 교체했다.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11개 부처다. 18개 부처 중 11개 부처 차관을 교체한 셈이다.

특히 지난 1년간 윤 대통령을 근접 보좌했던 비서관 5명을 과기부와 환경부, 국토부, 해수부 차관으로 보냈다. 조성경·임상준·김오진·백원국·박성훈 비서관은 모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때부터 합류해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 이행 실무를 맡아왔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집권 2년 차를 맞아 개혁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가서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인사 직후 이들에게 “공직사회에 나가서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카르텔을 잘 주시하라. 부당하고 불법적인 카르텔을 깨고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패한 이권카르텔은 늘 겉은 그럴듯하게 포장돼 있다. 이를 외면하거나 손잡는 공직자들은 가차 없이 엄단해야 한다. 국민을 위해, 국익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는 높이 평가하고 발탁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