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폐식용유 넣으니 바이오디젤이 콸콸...‘1조원 클럽’ 연금술 기업, 2차전지로 매출 5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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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석산업 시화공장 전경

지난해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단석산업이 올해 대규모 투자,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세계적 온실가스 감축 규제 강화 기조를 기회로 보고 바이오에너지, 금속소재, 정밀화학 중심 사업구조를 고도화한다. 앞으로 8년간 1조8000억원을 투입, 매출을 지금의 5배까지 불린다는 목표다. 단석산업 시화공장을 찾아 이 회사의 경쟁력과 미래 청사진을 들여다 봤다.

◇'치킨기름이 바이오 디젤로', 3300억원치 해외로 팔렸다

'00치킨' 상호가 붙은 18리터 철제 기름통이 빼곡히 쌓인 건물 안. 지게차가 기름통이 실린 파레트를 옮기자 로봇팔이 이 가운데 4개를 들어 올렸다.

폐식용유가 담긴 기름통은 단석산업이 자체 개발한 공정으로 투입, 초입에서 파쇄됐다. 기름은 아래로 흘러 모이고 식용유통은 갈기갈기 찢어져 작은 스크랩으로 변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했다.

경기도 시흥시 소재, 단석산업 시화 공장을 찾은 28일. 폐식용유가 바이오 디젤로 변하는 연금술의 시작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김동관 단석산업 차장은 “이 공정은 단석산업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자동화했다”면서 “철제통까지 분쇄해 군산 재생연(납) 공장에서 선철(납을 생산하는 공정에 쓰이는 철)로 사용한다. 버릴게 없는 재활용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곳에서 약 50여미터 이동해 들어선 건물. 수거한 폐식용유가 바이오 디젤로 다시 태어나는 장소다. 폐식용유를 원심분리기에 돌려 불순물을 제거한 뒤 메탄올 등을 섞어 바이오 디젤을 만들고 다시 정제해 순도를 높이는 전 과정이 여기서 진행된다. 공정은 바이오 디젤과 화장품 등의 원료로 쓰이는 글리세린 생산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 했다. 시황에 따라 제품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바이오 디젤 생산용량은 연 6만톤. 당초 4만톤으로 준공했지만 최적화를 통해 생산 능력을 2만톤이나 늘렸다. 공정을 시공한 독일 업체가 최적화 비결과 운영 노하우를 오히려 단석산업에 물어볼 정도로 놀라운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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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석산업 시화 공장, 바이오 디젤 생산 공정

시화 공장은 바이오 중유, 바이오 선박유를 생산하는 연산 40만톤 규모의 별도 공정도 갖췄다. 바이오 중유는 주로 국내 발전사에 공급하고 있고 선박유는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 수출에 성공했다.

단석산업의 바이오 에너지 사업 거점은 이곳 뿐만이 아니다. 시화 공장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정제한 원료를 받아 평택 1, 2 공장에서 각각 연 10만톤, 8만톤의 바이오 디젤을 생산한다. 단석산업이 생산한 바이오 디젤은 국내 4대 정유사는 물론 BP 등 글로벌 대기업에 수출된다. 우리나라 바이오 디젤 수출 물량의 70%를 단석산업이 책임진다. 금액은 지난해 기준 2억4800만달러(3258억원)에 이른다.

바이오 디젤은 폐식용유, 동식물성 유지 등을 원료로 생산한 친환경 연료다. 경유 1㎘를 바이오디젤로 대체할 경우 2.6톤의 온실가스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경유에 바이오 디젤 첨가를 의무화했다. 올해 기준 우리나라의 바이오 디젤 의무 첨가량은 3.4%로 매년 의무 혼합 비율이 커진다.

◇사업 고도화로 매출 5배 불린다

단석산업은 지난해 매출 1조997억원, 영업이익 733억원을 기록, '1조원 클럽' 가입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산업계에서 알짜기업으로 입소문이 났지만 이같은 호실적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매출 5900억원을 기록한 게 불과 2년전인 2020년. 실적을 지키기도 급급한 환경에서 몸집을 갑절로 불렸다.

고속성장의 비결로 사업 다각화가 꼽힌다. 단석산업은 바이오에너지 부문, 납축배터리 리사이클 중심의 금속소재 부문, PVC안정제 중심의 정밀소재 플라스틱 부문이 사업의 핵심축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비중은 78%, 13%, 9% 정도다.

PVC안정제를 모태 사업으로 성장했지만 이후 성장동력으로 삼은 바이오에너지, 금속소재 부문이 급성장하면서 사업재편에 성공했다. 2000년대 중반 바이오에너지 사업 진출 당시, 내부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한승욱 회장이 직접 임직원을 설득하며 신사업을 끌고 나갔다.

단석산업은 올해 도약을 동력삼아 또 다시 명운을 건 도전에 나선다. 현 사업 구조를 세계적으로 강화하는 온실가스 감축 규제에 맞춰 고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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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완 단석산업 준법경영 대표이사

김종완 단석산업 준법경영 대표는 “과거 신사업이 지금의 주력사업으로 성장했듯이, 신사업을 통해 또 다른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면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흐름에 맞춰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사업을 키워나게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

바이오에너지 부문은 바이오디젤·중유·선박유 기반에서 항공유, 바이오 납사를 포함하는 수소화식물성오일(HVO) 중심으로 고도화한다. 바이오 디젤 등은 기존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80% 이상 적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을 의무화했다.

단석산업은 2025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 HVO 전처리 공장을 짓고 연 40만톤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2026년에는 5500억원을 들여 연 20만톤 규모 SAF 생산 설비를 구축한다.

금속소재사업 부문은 리사이클 대상을 리튬이온배터리로 넓히고 소재 생산에 뛰어든다. 최근 군산 납배터리 리사이클 공장에 폐리튬이온배터리(LIB)리사이클 공장을 착공했다.

폐LIB 처리량은 연간 8000톤으로 재활용 공정에서 블랙매스(중간 가공품) 5000톤을 생산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 LIB 리사이클링 공장울 추가로 확보하고 니켈코발트망간(NCM) 전구체,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생산에 나선다는 그림까지 그렸다.

정밀소재 부문은 재활용(PCR),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8년까지 '플라스틱 30% 이상 재활용'을 의무화했다. EU까지 일화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면서 재활용 플라스틱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완 대표는 “2030년까지 총 1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올해 말 기업공개(IPO)에 성공하고 내부 자금과 부지 담보 등으로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것”이라면서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매출이 총 5조5000억원까지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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