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등에서 나오는 사용후(폐)배터리가 산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폐배터리 시장이 수년내 수백조원까지 성장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비관련 업계까지 제활용을 중심으로 한 관련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낸다.
21일 영풍제지는 현재 임대사업용으로 사용하는 부지 7만7400㎡(약 2만3400평)에 대한 임대사업을 올해로 종료하고, 폐배터리 사업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인허가 사항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는 영풍제지가 전기차 폐배터리 사업 진출을 선언한 뒤 신규 사업 진출 행보를 본격화하는 출발점이다. 영풍제지는 폐배터리 확보와 수거, 선별과 검사, 재사용·재활용 등 폐배터리 활용 전반을 사업 대상으로 보고 있다. 초기에는 사용후배터리 수급과 보관·선별·검사·재활용에 집중할 계획이다.
예정 부지는 평택항과 근접한 경기 남부지역 경부고속도로 인근에 위치했다. 교통과 물류환경이 양호하고 폐수처리시설과 폐합성수지 소각로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폐배터리 재활용 최적지로 낙점됐다.
영풍제지는 폐배터리 수거 및 검사, 평가 및 인증을 위한 국내 강소기술기업을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폐배터리의 수거, 검사 및 평가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해 사용 후 배터리 순환경제 생태계 초입단계부터 선점해 성장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바이오 디젤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단석산업은 지난달 전북 1공장 내 리튬이온배터리(LIB) 재활용 생산라인을 착공했다. 90억원을 투입해 1995㎡ 규모 공장을 증설, 향후 연간 8000톤의 폐리튬이온배터리를 처리할 계획이다. 단석산업이 재활용을 통해 추출하는 활물질은 약 5000톤 규모다. 단석산업은 활물질 내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유가금속 추출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다.
단석산업은 중장기적으로 말레이시아 등 해외 거점에 리튬이온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니켈·코발트·망간(NCM) 전구체,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밖에도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홀딩스 등 대기업도 국내외 기업과 합작사 설립 또는 협력관계 구축으로 폐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 들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위한 TF를 구성, 현대글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산업계가 폐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것은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 재활용 관련 규제 강화가 시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가 2030년 535억6900만달러(60조원)에서 2040년 1741억2000만달러(20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