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담당자도 죽을 맛이다.”
한 공공기관 소프트웨어(SW)사업 발주 담당자는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SW업계 주장에 이같이 토로했다.
제값을 주고 싶지만 예산 부족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자체 검토 과정에서 공공 SW사업 예산은 20% 낮아지고, 기획재정부를 거치면서 추가로 40%가 깎인다고 하소연했다.
20억원 규모로 책정한 공공 SW사업 예산이 종국에는 10억원 이하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애초 계획보다 예산이 반토막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부연했다.
SW 업계에서 공공 SW사업 정당 대가 실현은 오랜 화두다. 일한 만큼 정당 대가를 지급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공공 SW사업에선 예외다.
정부는 기능점수(FP) 방식을 해결책으로 도입했지만 효과는 미진하다. FP 방식은 공공기관이 SW사업을 발주할 때 요구 기능별로 금액을 산정해 수행 기업에 지급하는 것이다. FP 단가는 SW사업 대가 산정 기준이 된다. 2010년 49만7424원에서 2020년 55만3114원 등으로 점차 인상됐다.
하지만 SW 업계는 FP 단가 상승분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칠뿐더러 대다수 공공기관이 이마저도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FP 단가를 30만원대로 크게 낮게 책정한 중앙부처도 있다.
추가 부담도 떠안는다. 중간에 과업 범위 변경을 요구받아도, 추가금을 받지 못한 채 완수해야 한다. 사업을 수주한 이상 과업을 완료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이나 입찰 제한 등 페널티를 부과받기 때문이다. 인건비가 추가로 들어도 자체 해결해야한다. 수주 금액보다 지출 금액이 커진 기업이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근본 원인은 예산이다. 예산 집행권을 쥔 기재부가 공공 SW사업 예산을 후려친다면 SW 업계 반발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기업은 공공 SW사업 예산 책정 기준 또한 불명확하다며 정부를 불신한다.
해결법은 간단하다. 발주 기관과 SW 업계가 공통으로 꼽는 예산 문제를 잘 풀면 된다. 기재부는 공공 SW 사업 예산 책정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고, 합리적 예산을 지급해야 한다. SW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기재부를 적극 설득해야한다.
SW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대우를 못받고 있다는 평가다. 이제라도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한다.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를 내세우며 SW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외친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 공염불에 그쳐서는 안된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