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산업은 지난 200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에 빠져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급속한 산업 발전을 일구면서 선진국 반열에 진입하는 데 성공한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이후 향후 몇십 년을 책임질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실패했다. 이는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10대 수출 품목의 수출·생산구조를 고착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핵심기술은 중국을 비롯한 후발주자의 거센 추격에 쫓기는 형국이다. 자칫 역전을 허용해 시장 주도권을 내주면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 정체·퇴보하거나 공급망 내 산업 선도국 지위를 경쟁국에 내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국가는 ‘대전환 시대’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주요국은 생필품을 거래하는 일반 소비자 시장부터 대표적 노동집약산업으로 꼽히는 제조업까지 디지털전환(DX)을 추진하면서 산업 경쟁력 강화에 혈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처럼 급변하는 산업 생태계 변화와 대응하기 위한 ‘산업대전환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대전환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나라 산업에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할 방침이다.
취임 2년에 들어선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첫 업무 지시로 우리나라 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첨단기술과 산업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산업 전환 의지와 민간의 적극적 협력이 필수다.
전자신문은 산업대전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우리나라 산업이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강의 전설’로 남을 수 있는 묘책을 살펴볼 예정이다. 국내외 산업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는 것은 물론 전문가 인터뷰, 좌담회 등을 망라한다.
◇뿌리째 흔들리는 산업 생태계
대한민국은 지난 2021년 공식적으로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했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에 올라선 첫 사례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산업화, 과학기술 중점 육성 정책 등을 기반으로 ‘대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 부흥으로 이어졌다. 부존자원 하나 없었던 땅에서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반도체, 휴대폰 등 첨단 제조업이 급성장하면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구름판이 됐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는 성장 정체가 시작됐다. 중국을 비롯한 제조업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이 시작된 여파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주력 품목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온 형국이다.
아울러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합계출산율, 생산연령인구 등 국가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암담한 미래를 암시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첨단기술 연구개발(R&D)은 이른바 ‘코리아 패러독스’에 빠졌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은 국내총생산 대비 R&D 투자액과 연구인력을 쏟아붓고 있지만 실제 사업화에 제대로 이바지하지 못하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대외 환경은 더욱 심각하다. 중국의 급성장으로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에 긴장이 높아진 것은 물론 미·중 대립에 따른 신냉전시대가 도래했다.
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혁명시대 첨단기술이 빠르게 대중화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초대형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완전히 새로운 국제 질서가 정립되고 있다.
장웅성 산업통상자원R&D전략기획단(OSP) 단장은 최근 열린 ‘코리아-GIFT’(Grand Innovation For Tomorrow) 포럼에서 “우리나라는 노동과 자본의 양적 요소 투입에서 벗어나 첨단전략산업 성장을 위한 산업혁신 시스템 고도화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새로운 기술과 혁신 아이디어로 경제를 변화시키고, 첨단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부 “산업시스템 근본적 개선”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우리나라를 미래 선도국 반열에 올리기 위한 ‘산업대전환’에 시동을 건다. 과거 제조업에 매몰돼 있는 국내 산업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대전략을 이르면 이달 발표한다.
지난해 10월부터 가동한 민간 경제단체 중심 포럼에서 핵심 과제와 선제 대응 체계 방안과 다수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럼은 투자, 인력, 생산성, 기업환경, 글로벌 전략, 신(新)비즈니스 등 6개 분과로 구성했다. 지난 1월에는 ‘제1차 산업대전환 포럼 좌장회의’를 열고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투자 분과는 첨단투자 관련 업종별 경쟁국을 지정해 해당 국가 이상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투자 인센티브 총액 보장제도 도입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인력에서는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규제 쇄신 및 기업참여 확대 등을 제시했다.
생산성 분과는 초격차 확보를 위한 ‘급소기술’ 발굴과 지원방안, 인공지능(AI)으로 공급망을 지능화하는 마더팩토리 프로젝트 등에 집중한다. 기업생태계 분과는 성장성·혁신성 중심 기업 지원 제도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글로벌 전략 분과는 고급소비재 등에서 중국과 협력 분야 확대·고도화 방안과 아세안·인도·중동 등 새로운 시장 개척 전략 등을 논의 중이다. 신비즈니스에서는 글로벌 선도기업 사업 동향, 탄소중립, 건강 등 미래 트렌드에 초점을 맞춘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당시 “산업혁신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우리나라 산업을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 기반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신문은 이 같은 민·관의 산업대전환 움직임에 발맞춰 연중기획 ‘대한민국 대전환 ON 시즌2’의 일환으로 ‘산업대전환 2023’을 진행한다. 대한민국의 명운을 결정할 산업대전환 전략을 기반으로 ‘혼돈의 대전환’ 시대를 헤쳐갈 방안을 찾는다. 특히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확립할 수 있도록 국내외 전문가 혜안과 통찰력, 현장의 목소리를 자세하게 제시할 예정이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