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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대세다. 미국에서는 유료방송 가입자의 코드커팅이 가속화되면서 넷플릭스 가입자가 케이블 가입자를 넘어선 시점인 2016년부터 OTT가 유료방송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 200만이 넘는 유료방송 가입자 감소는 지금의 유료방송업계의 험난한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미디어를 다루는 언론이나 학자, 정책 당국자들의 주요 의제도 OTT인 듯 하다.

이런 OTT의 급성장에는 유료방송 자체도 빌미를 제공했다고 생각된다. 케이블 수신료의 가파른 상승은 시청자들에게 너무나 큰 부담된 것이다. 스포츠중계권 급상승과 지상파 재전송료 등 프로그램 사용료의 급상승이 수신료 상승의 주원인이라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다. 2007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대표적인 OTT 넷플릭스 가입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이유도 다채널 유료방송보다는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 가격 때문이었다.

유료방송의 보완재 역할로 시작했던 OTT가 이제는 대체재가 된 것이다. 유료방송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소위 번들링을 통해 수많은 채널을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채널 유료방송에서 OTT로 넘어간다는 것은 번들링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다채널의 유료방송 대신 상대적으로 저가인 OTT에 가입하여 원하는 콘텐츠만을 시청하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코로나19 직전부터 미 할리우드의 대형 제작사를 포함해 거의 모든 주요 컨텐츠 사업자들이 넷플릭스가 몰고온 스트리밍 혁명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VOD에서 생방송까지, 가입자 모델에서 광고기반의 무료 서비스 모델까지 다양한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광고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FAST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별도 가입도 필요 없고, 무료로 VOD뿐 아니라 뉴스를 포함하여 홈쇼핑채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컨텐츠를 채널방식으로 시청할 수 있다. 특히 집에 스마트TV가 있다면 쉽게 FAST서비스에 접할 수 있다. 시청자입장에서는 유료방송 외에 선택지가 많아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텐츠의 바다에서 보고 싶어하는 컨텐츠를 찾고 추천 받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복잡해지고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OTT특성상 다양한 장르의 컨텐츠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여러 서비스를 구독해야 하는 것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것이다.

케이블이나 통신사는 다양한 OTT서비스를 한곳에서 원스톱으로 컨텐츠 찾기나 추천, 계정관리 등 시청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OTT를 제공하는 컨텐츠 사업자들이 본격적으로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묶어 번들링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디즈니는 Disney+, Hulu+와 ESPN+를 결합상품 형태의 번들링을 지금도 제공하고 있지만 Disney+와 Hulu+를 합친 번들링 서비스를 단독앱을 통해 제공하기로 하였다. 다양한 컨텐츠를 묶어서 제공하므로 광고주들에게는 시청자의 참여폭 확대를 제공하며, 시청자들에게는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워너브라더스와 디스커버리의 합병사인 WBD도 Discovery+ 와 HBOMax를 번들링해 Max를 출시할 예정이다.

디즈니와 WBD와 같은 주요 사업자들이 자사의 개별 스트리밍 서비스를 번들링으로 묶어 제공하자 또 다른 컨텐츠 사업자인 AMC Networks도 자사의 모든 컨텐츠를 묶어 스트리밍으로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미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버라이존도 이 달에 +play라는 OTT 통합 플랫폼에서 Netflix, Paramount+와 Showtime의 번들링 서비스를 $25.99에 제공할 계획이다.

확산되는 OTT번들링 추세를 보면서 번들링의 다채널 OTT가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듯 하다. VOD와 a la carte로 탄생한 OTT가 이제는 유료방송과의 차이점이 그리 크지 않게 되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FAST의 경우는 거의 모든 장르의 채널을 제공하므로 사실상 다채널유료방송과는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번들링 ? a la carte ? 다시 번들링으로 돌고 도는 미디어 산업의 변화는 미디어 시장의 흐름과 시청자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 생각한다. 미디어산업은 지속적으로 변할 것이기에 앞으로 벌어질 변화의 모습이 궁금하다.

khsung2002@gmail.com 성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