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에게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를 시작하자고 압박했다. 이 대표는 경제 위기 속에서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1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가 그렇게도 원하니 비공개로 소주를 마시면서라도 만나서 얘기하겠다”면서 “대신에 의제는 술과 밥이 아닌 추경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제 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세계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대한민국만 중병이 들고 있다. OECD와 IMF, 세계은행 등 주요 기관들은 세계 성장률 전망을 상향하는 데 한국만 역주행 중”이라며 “OECD는 ‘세계 경제가 개선되고 있지만 한국 경제는 둔화하고 있다’고 공개 우려를 표명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확장 재정을 펼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정부와 여당은 추경을 ‘미래세대에 대한 착취’라고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경제 위기 극복은커녕 정부·여당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경제가 나빠지면 3대 경제 주체인 가계와 기업, 정부 중 정부의 역할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경기침체와 민생 고통에 대해 책임지고 안타까워하는 게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국가재정의 주인은 국민이지 기획재정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여야가 합의했던 대표 간 만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김 대표는 이 대표 측에 비공개 회동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거절한 뒤 공개적인 회동을 역제안했다. 이후 당대표 간 TV토론이 합의됐지만 여전히 만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 측은 여당의 조건을 모두 받아들였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비공개로 자꾸 만나자고 하다가 공개적으로 만나자고 했더니 TV토론을 하자고 했다. 만나서 사진만 찍고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밥 먹고 소주를 나누자는 정신으로 국정을 이끌어 가겠나”라며 “지금이라도 추경을 어떻게 할지,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전세사기는 어떻게 할 건지, 대출 만기 문제를 어떻게 할 건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문제를) 자꾸 정쟁으로 이끌지 말라. 야당 발목을 잡고 국민을 협박할 게 아니다”라며 “진지하게 민생과 국정을 논의해 달라”고 덧붙였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