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 대상 수출 통제 유예가 연장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9월 말 이후에도 지속 설비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이 지난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와 만나 ‘한국·대만 기업에 대한 미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유예 조치가 당분간 연장될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기간과 방식 등 구체적인 유예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 의회 일각에서 중국의 미국 마이크론 제재 방침을 이유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유예를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미 행정부는 중국 내 반도체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인 한국·대만 기업 상황을 고려해 규제 예외 적용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중국 내 반도체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인 한국기업 대상 별도 장비 반입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시적인 유예 조치 대신 정식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 규제를 발표했다.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로직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와 기술을 중국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당초 외국 기업은 개별 심사 방침을 밝혔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대해선 올해 10월까지 1년간 수출 통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조치를 적용했다.
WSJ는 “미국 정부가 한국·대만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에 대한 미국 반도체 장비 반입 통제 조치를 재차 유예한 결정은 세계 경제가 고도로 연결된 상황에서 중국의 첨단 산업을 고립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미국과 외국 반도체 기업은 중국과 비즈니스를 제한하려는 미국 정책에 저항했고 가장 큰 비판은 중국이 가장 큰 수출 시장인 한국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창양 산업부 장관 방미 이후 기간 연장 등을 위해 미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며 “(유예기간 연장 등) 미국 정책이 확정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기업의 중국 내 미국 반도체 장비 반입 문제에 대해 10월 이후에도 유예가 상당기간 연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