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7년 다게르에 의해 사진이 발명됐다. 사진은 어떻게 발전했는가. 초기 사진작가는 얼굴 사진을 많이 찍었다. 초상화를 찾던 수요를 잠식했다. 회화 양식을 본받아 합성 등을 통해 교훈적 사진을 만들기도 했다. 사진의 해상도가 높아지자 문학성, 회화성을 배제하고 사람의 눈에 비친 있는 그대로 생동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담았다. 다양한 실험이 있었다. 인화지에 물건을 올려놓고 빛을 쬐어 작품 사진을 만들었다. 뉴스 현장을 포착하는 보도 사진, 사회 이슈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사진, 정치나 사회를 풍자하는 사진이 등장했다. 전쟁, 오지, 참상, 가난 등 긴박하고 처절한 상황과 현실을 찍은 사진도 감동을 주었다. 작가가 의도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 대상과 배경을 인위적으로 연출한 사진도 나왔다. 추상미술을 본뜬 난해한 사진도 등장하고 있다. 더 이상 사물과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다양한 예술 장르를 융합해 철학과 가치를 더하고 있다.
회화는 사진의 등장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회화의 시대가 끝났다는 위기감이 높았다. 그러나 화가들은 사진을 이용하면 비싼 모델을 오랫동안 세워두지 않아도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모델이 표현할 수 없는 생동감 있는 일상을 사진으로 찍은 다음에 그것을 보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대상이 온전하게 나오지 않고 잘린 부분이 있는 그림은 사진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사진으로 찍을 수 없는 과거 시대를 그리기도 했다. 인상파 화가들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캔버스에 옮기는 것을 거부하고 야외로 나가 대상에 쏟아지는 빛을 그렸다. 대상을 그대로 그리는 초상화, 풍경화, 정물화는 위기를 맞았지만 추상회화, 현대미술로 나아가는 계기를 주었다. 실물을 연상시키는 그림을 버린 화가들이 나왔다. 피카소, 칸딘스키, 달리,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등이 그들이다. 입체적으로 조각난 화면, 음악소리가 들리는 느낌의 그림, 한 두 색깔로 감동을 주는 그림, 꿈에서나 볼 수 있는 혼돈을 그린 그림이 그것이다. 잡지와 사진의 필요한 부분을 가위로 오려 캔버스에 붙이는 등 새로운 형태의 회화가 나왔다. 사진의 등장은 회화를 풍부하게 했다.
디지털시대 휴대폰에 카메라가 내장돼 있다. 사진 촬영이 쉽도록 지원해 주고 있다. 조금만 공부하면 누구나 작품 사진을 찍는다.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자신을 찍는 셀카도 유행이다. 회화는 오프라인 작업없이 디지털 기기만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들고 NFT로 만들어 판매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과 회화는 모방과 경쟁, 창의를 통해 선순환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디지털은 어떨까.
과학기술의 발전은 오프라인 세상에 버금가는 온라인, 모바일, 메타버스 세상을 만들고 있다. 디지털은 오프라인을 모방해 오프라인 상품을 온라인에서도 손쉽게 사고 파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오프라인 의존도를 낮춰가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오프라인에 없고 디지털로만 거래가 되는 상품과 서비스가 나온다. 가상인간, 아바타가 입는 명품 의류와 가방 등 가상재화가 그것이다. 그들만이 사용하는 화폐도 나올 것이다. 모바일뱅킹이 늘고 은행창구가 없어지듯이 중복되는 오프라인 상품을 줄이거나 없앨지 모른다. 디지털 고유의 가치와 문화를 만들고 발전시켜야 한다.
디지털의 도전을 받는 오프라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디지털이 갖지 못한 오프라인만의 가치를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고층건물과 아파트에 식상한 사람들은 골목길에서 옛 가치를 찾는다. 오프라인의 가치는 가족, 우정, 여가, 감성, 의료, 건강 같은 것이다. 좋은 사람과 맛난 음식을 먹으며 남긴 사진을 디지털 공유를 통해 즐길 수 있다. 오프라인이 디지털을 돕고 디지털이 오프라인을 도와야 한다. 함께 발전해야 미래가 있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 sangjik.lee@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