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날갯짓,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한국형 클러스터에 달렸다

한국에는 좋은 과학자가 많습니다.
로버트 랭거 MIT공대 교수, 모더나 공동창업자
2008년 보스턴 창업 당시 한인 생태계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상당한 생태계가 갖춰졌습니다.
고종성 제노스코 박사

현지시간으로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3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서 만난 국내외 바이오·제약 업계 관계자들은 부쩍 성장한 한국 바이오 산업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수준높은 인재와 기업을 토대로 한국 바이오 위상이 새롭게 조명됐고 글로벌 성장 잠재력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는 글로벌 1위 론자(Lonza)를 맹추격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초격차 전략이 화제였다. 화이자의 오리지날 의약품과 새로운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까지 포함해 5350억원 규모 계약을 맺어 최대매출 품목기록을 다시 세웠다. 작년 10월 부분 가동을 시작한 4공장은 수주가 밀려들면서 8개월 만에 생산물량이 꽉 찼다.

부스에서 만난 화이자 관계자는 “한국 기업 성장세가 대단하다”며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에서 한국 영향력이 강력해졌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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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바이오컨벤션센터에서 ‘2023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 2023’이 개막했다. (사진=전자신문)
“미국 진출은 생존에 직결”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인 미국에 승부를 건 국내 중견·중소 제약·바이오 기업 활약도 두드러진다. 제약사들의 경우 세계적 바이오 클러스터인 미국 보스턴과 샌디에이고에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협업) 기반으로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류은주 동아에스티 미국지사장은 “올해 국내 바이오 기업에게 소위 ‘물 들어왔다’고 할 정도로 아시아에서 한국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지사장은 “제약 생산 강자였던 국가들과 미국 간 관계가 다소 악화됐고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발해지면서 일부 국가를 경계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며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이 단연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진출 후 매력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을 현지에서 발굴하다보면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인 경우가 종종 있어서 놀란다”며 “글로벌을 겨냥할 만큼 상당히 준비돼있다”고 평가했다.

약 3년 전 미국에 진출한 최재성 휴온스USA 사장은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유망 바이오 기업을 발굴하러 다녔다”며 “2개 한국 바이오 기업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보스턴에서 만난 국내 모 중소 제약사 대표는 “제네릭(복제약) 중심으로 성장한 제약사에게 새로 성장하는 바이오는 이제 하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는 필수 전략”이라며 “여러 형태로 바이오 사업 성장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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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공동창업자이자 세계석학인 로버트 랭거 MIT 교수가 7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웨스틴호텔에서 열린 2023 바이오USA 부대행사 ‘코리아-바이오텍 파트너십 2023’에서 청중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2023 바이오USA 공동취재단)

모더나 공동창업자이자 세계석학인 로버트 랭거 MIT 교수는 한국 바이오 산업 인재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 바이오 시장에 좋은 과학자가 많다”며 “10~15명의 한국 학생이 연구실에 있었는데 모두 최고 수준이었고, 이들이 창업한 몇몇 바이오 기업은 첨단 기술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상하고 있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하버드·MIT 등 명문대학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연구소, 바이오 기업, 투자사, 병원이 밀집하며 형성됐다. 국내는 10여년 전부터 정부 주도로 홍릉, 송도, 오송, 대덕 등 18개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했으나 자생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 성공 핵심은 자생력”이라며 “한국이 잘해 온 고품질 제네릭(복제약) 경쟁력은 더 높이고 혁신 바이오 산업을 함께 지원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스턴(미국)=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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