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카호우카 댐 붕괴에 이어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있는 러시아의 암모니아 수송관이 파괴되면서 세계 곡물 수급에 먹구름이 꼈다.
7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지난 5일 비료 원료로 쓰이는 암모니아 수송관 중 일부가 파괴됐다고 밝히면서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 심각한 침수 피해를 낳은 카호우카 댐 폭파 이후 하루만에 나온 발표다. 댐 붕괴로 농경지 약 1만 헥타르가 훼손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러시아의 암모니아 수송관까지 파괴되면서 곡물 수급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총길이가 2500㎞에 이르는 암모니아 수송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을 지난다. 러시아 사마라주(州) 톨리아티에서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까지를 이어준다. 러시아산 암모니아를 이송하기 위한 시설이지만 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일년 넘게 가동이 중단됐지만 문제는 이를 빌미로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연장에 으름장을 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오는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과 흑해 곡물협정 연장 협상에 들어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후 흑해 봉쇄로 고조된 세계 식량난 완화를 위해 지난해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의 흑해 곡물 협정을 맺었다. 협정 기한은 120일. 지난해 11월, 올해 3월 각각 연장됐지만 협정 기간을 두고 이견을 빚어 지난달 18일에 다시 연장에 합의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후로도 협정의 일부인 러시아산 곡물 및 비료 수출 허용 등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산 암모니아 수송관 가동을 재개해 비료 수출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게 러시아 측의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다.
흑해 곡물 협정은 세계 식량난과 관련을 맺는 문제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의 밀과 옥수수, 해바라기씨유 수출국 중 하나로,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흑해를 통한 수출 길이 막히자 전 세계 식량 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암모니아 수송관 폭파 사건을 주장하고 나오면서 오는 9일 협상장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