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스타트업 기술 탈취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한도를 상향하고, 기술 탈취 전 단계에 걸친 범부처 공조체계를 구축한다. 최근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기술 탈취 분쟁이 사회적 화두에 오른데 따른 것이다. 기술 탈취 문제로 갈등을 빚은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는 당정의 중재로 상호 합의에 도달했다.
국민의힘과 중소벤처기업부, 스타트업계는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스타트업 기술탈취 예방·회복 지원 민당정 협의회를 개최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박대출 정책위원회 의장, 이만희 정책위 수석부의장, 한무경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등이, 정부에서는 이영 중기부 장관,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류동현 특허청 차장 등이 참석했다.
스타트업계에서는 각각 LG생활건강, 농협경제지주, 신한카드, 카카오헬스케어와 기술·아이디어 탈취 분쟁을 겪고 있는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 방성보 키우소 대표, 홍성남 팍스모네 대표,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 등이 참석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전문가를 지정해 재판 전 증거를 충분히 교환하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와 적시 구제 가능한 원스톱 창구 마련 등을 건의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불법행위를 엄단할 수 있는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스타트업 대상 기술 탈취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를 현행 3배에서 5배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당 상임위인 국회 산자중기위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경찰·검찰·특허청의 양형기준도 개정해 영업 비밀 침해시 실제 처벌에 반영되도록 추진한다.
당정은 범정부 기구를 구성, 기술 탈취 사전 예방부터 조사와 수사, 분쟁 조정 후 사후 규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비밀유지계약(NDA) 체결 전문가 컨설팅, 모니터링 침해 경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허청은 기술유출 관련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경찰청은 산업기술보호 수사팀을 수사대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박대출 위원장은 “기술 탈취 행위는 스타트업의 결실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동시에 도전과 혁신 의지를 꺾는 중대한 행위”라면서 “피해기업 구제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이날 민당정 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조만간 중소기업 기술 보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알약 디스펜서 기술을 두고 분쟁을 겪었던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가 상생합의서를 체결한 사실도 공개됐다.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와 영역이 겹치는 알약 디스펜서 사업을 철회하고, 알고케어와 공동명의로 중소·스타트업 발전 기금을 기탁하기로 했다. 한무경 의원실과 중기부에서 약 5개월간 두 기업 간 합의에 힘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은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기술 탈취 예방과 해결에 막막한 상황에 직면해있다”면서 “우리 경제를 떠받드는 양 날개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원팀을 이뤄 공정과 자유의 시장경제를 이끌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