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030년까지 이차전지 산업 패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공급망 연합’ 구축을 추진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물론 세계 주요 자원 부국과 손잡고 이차전지 개발·생산 거점이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일본은 자국산 이차전지 소재 주요 수요국인 한국을 공급망 구상에서 배제했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4대 핵심 소재(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질)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R&D)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요구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6일 반도체, 정보처리 인프라,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대한 정책 방향을 담은 ‘반도체-디지털산업전략’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발표 이후 2년여만의 개정이다.
경산성은 “경제 안보 리스크, 디지털화·그린화에 대한 대응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면서 “경산성은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반도체나 이차전지에 대한 대처를 가속한다”고 설명했다.
경산성은 이차전지 부문에서 ‘일본을 세계 이차전지 개발·생산을 리드하는 거점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30년까지 연산 기준으로 자국 150GWh, 글로벌 600GWh에 달하는 제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이차전지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글로벌 얼라이언스’를 전략적으로 형성하겠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캐나다, 호주, 미국, 유럽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자원국 등과 연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협력 대상국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경산성은 특히 공급망 전략에 ‘G7@히로시마’라는 문구를 명시했다. 이는 지난달 히로시마에서 개최한 주요 7개국(G7) 회의를 이차전지 공급망 구축을 위한 사전 준비 무대로 활용했다는 것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산업계는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이후 훈풍이 불기 시작한 양국 관계를 계기로 이차전지에서 양국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가 미국에 합작 공장을 구축하고, LG화학과 도레이가 유럽에 분리막 공장을 건설하는 등 다양한 협력사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공급망 연합에서 한국을 사실상 배제하는 미래 전략을 내놓으면서 앞으로의 ‘동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경산성은 이번 전략에서 배터리 제조사, 자동차 기업의 생산계획을 기반으로 자국 내 재료·제조장비 집적화에 가속을 붙이겠다고 밝혔다.
향후 일본 소재 기업들은 자국 기업과 공급망 내 국가들에 물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양극재, 음극재, 파우치, 전해액 등에서 일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이차전지 기업의 피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앞으로 4대 핵심 소재 국산화 필요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이차전지 산업경쟁력 강화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앞으로 5년간 이차전지 양극재 국내 생산 능력을 4배, 장비 수출액을 3배 이상 확대하는 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