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이 수출 효자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해외 수출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비관세장벽’ 규제도 해소돼 한국 라면의 해외 공략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라면업체들은 해외 시장 공세를 위한 태세 정비에 나서며 다양한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31일 관세청 무역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라면 누적 수출액(1~4월)은 작년 동기보다 17.8% 증가한 2억8191만9000달러(약 3728억원)를 기록했다. 수출량 역시 같은 기간 10.5% 늘어난 7만3973톤으로 나타났다. 수출량 기준 1위 국가는 중국(1만7399톤)이며 이어 미국(8142톤), 일본(6397톤), 네덜란드(4188톤), 필리핀(3340톤) 순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상반기 역시 사상 최대 수출액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분기 라면 수출액은 2억800만달러로 역대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5년 1분기 5077만달러였던 라면 수출액은 2018년 1분기 1억7만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억달러를 넘긴 데 이어 올해 1분기 2억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최근 한국산 라면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점도 K라면 수출 확대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7월부터 한국산 라면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에틸렌옥사이드(EO) 관리 강화 조치가 해제되면서다.
EO는 1급 발암물질로 EU와 국내에선 식품 생산에 사용을 금한다. 문제는 EO의 반응 산물로 생성될 수 있는 물질인 ‘2-클로로에탄올(2-CE)’이다. 2-CE는 독성을 띨 수 있지만 암을 일으키진 않는다고 알려졌다. 생성 경로는 EO와 염소가 반응해 만들어지기도 하고 다양한 화학반응을 통해 자연적인 환경에서도 생긴다. 미국과 캐나다는 EO와 2-CE를 구분해 기준을 두지만 EU는 2-CE까지 EO로 간주해 합계 수치가 0.02~0.1ppm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이번 관리 강화 조치 해제로 라면 제조사들은 EU와 EU의 EO기준을 준용하고 있는 대만, 태국 등에 라면 수출이 보다 원활해졌다. 그 동안 수출할 때마다 매번 EO 공인시험·검사기관의 시험·검사성적서와 정부 공식증명서를 제출하는 등 추가 서류를 제출해야 해 일정이 지연되거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됐다.
라면업계는 해외 시장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 대응 준비에 나섰다. 농심은 미국 현지 1·2공장 생산량이 한계에 달할 것에 대비해 제3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4월 캘리포니아 랜초 쿠카몽가에 위치한 LA 공장 인근에 제 2공장을 짓고 가동을 시작했다. 농심 미국 공장의 지난 1분기 기준 평균 가동률은 73.3%에 달한다.
삼양식품은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4번째 해외 판매법인으로 인도네시아 법인을 신규 설립했다. 5월 초 현지에서 법인 설립 작업은 마쳤고 현재 영업을 준비 중이다. 삼양식품은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으로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에선 맵고 짠 음식을 선호하는 현지 특성을 반영해 불닭브랜드 면류·소스류와 삼양라면 매운맛을 주력으로 판매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 2분기 라면업계는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비용 지출과 작년 기저효과로 성장률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해외 법인 실적과 수출은 호조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