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삼성페이 결제 수수료 유료화 검토에 나선 가운데, 카드업계 반발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삼성페이 결제 건마다 카드사가 생체인증 비용을 부담하는데, 여기에 수수료까지 더해진다면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삼성페이가 최근 8년간 누적 결제액 200조원을 달성했다고 하지만, 이는 삼성전자 단독이 아닌 국내 카드사와 공동 성과”라면서 “카드사는 그간 삼성페이 결제 때마다 생체인증 비용을 부담하는데, 추가로 수수료까지 부과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라이선스 계약 외에 별도로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카드사는 삼성페이 결제 때마다 2~4원 인증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이 비용은 결제마다 지문 인증을 할 때 발생한다. 생체인증을 위해 한국정보인증 등 외부 인증기관을 거치기 때문이다. 생체인증을 직접 아이폰에 저장하는 애플 방식과 다르다.
인증 비용은 결제액에 비례하는 정률제가 아닌 정액제다. 1000원 이하도 카드로 긁는 ‘소액다건화’가 일반화된 상황에 카드사 부담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한 카드사는 삼성페이 인증 비용으로만 매년 1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했다.
카드사들은 최근 삼성전자로부터 삼성페이 관련 계약 자동 연장 중단을 통지받았다. 향후 결제 수수료를 카드사가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앞서 카드업계에 ‘0.15%+슬라이딩방식(규모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화)’하는 제안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증 비용에 수수료까지 더해지면 카드사 입장에서는 손실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삼성페이가 해외에서 대부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도 국내 카드사 불만을 부추기는 요소다. 삼성페이는 전 세계 20여국에서 서비스하고 있지만, 수수료를 유료화한 국가는 독일, 중동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삼성페이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된 사례는 없었다”면서 “한국만 유료화하겠다는 것은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글로벌 역차별”이라고 토로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유료화가 확정되지 않았고, 협상 중인 만큼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증 수수료는 카드사가 인증 솔루션 업체에 제공하는 것이지 삼성페이가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문인식을 통한 인증은 카드사와의 협의로 도입된 것이며, 인증 주체는 카드사다”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