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국내에서 전력자립도가 가장 낮은 지역으로 꼽힌다. 전력소비량은 가장 많으면서 전력생산량은 적다는 의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은 국내 전력소비의 38.6%를 차지하지만 전력자립도는 72.0%에 불과했다. 중부권의 자립도 128.7%, 호남권 120.1%, 영남권 133.2% , 강원권 182.2%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 수도권 전력 소비의 28.0%는 지방에서 생산된 전력으로 충당하고 있다.
수도권 전력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대표 전력다소비 시설인 데이터센터는 갈수록 수도권에 몰리고 있다. 향후 심각한 전력난과 전력계통 부족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9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9년까지 건립이 예정된 신규 데이터센터는 637개다. 이중 550개는 수도권에 전기공급을 신청했다.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의 86.3%가 수도권에 집중될 예정이다. 신규 전력수요 기준으로는 전체 4만1467㎿중 85.8%인 3만5596㎿가 수도권에서 소비될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 인근 발전소는 향후 추가 공급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에 대규모 해상풍력과 원전 등이 건설되더라도 장거리송전망을 추가로 건설해 전력을 조달해야 한다. 수도권에 첨단산업 인프라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전력공급 불안은 산업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경기도 용인시 인근에 건설될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가 대표 예다. 전력다소비 업종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할 전력도 빠듯한 상황이다.
이미 수도권에서는 전력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홍정민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2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와 CJ라이브시티에 공문을 보내 킨텍스에서 요청한 제3전시장 건립과 CJ 라이브시티 T1 부지에서 사용할 전력의 공급 유예를 통보했다. 한전은 “계통보강계획 수립과 준공 시기를 고려하면 6~8년 이상 소요가 예상되기 때문에 최소 2029년까지 전력공급을 할 수 없다”고 알렸다.
실제 한전 공지문 대로면 2026년 완공 예정인 킨텍스 제3전시장은 완공 이후 3~5년 동안 운영할 수 없게 된다. 내년 8월 전력공급을 희망한 CJ라이브시티 T1 부지도 5~7년 동안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밀집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타 산업이 피해를 보는 사례는 반복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와 국회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 통과로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25일 국회 본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법안은 소비지역 인근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소비하도록 규정한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하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 특히 수도권 등 계통포화지역의 신규 데이터센터 계통파급효과를 평가하고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는 계획을 마련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법안이 발효하면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한 법 근거를 만들고, 시행령·시행규칙 등이 제정될 수 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