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ICT강국 코리아 재건, KT의 역할〈중〉디지털산업 부흥을 위한 초(超)통신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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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환 전 KT 사장·전 포스코DX 대표

디지털전환(DX)과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가 다가오면서 통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세상의 모든 디지털 서비스가 통신이라는 기반 위에서 움직일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더 빠르고 더 편리한 통신 수요는 갈수록 늘어난다. 5G가 없으면 메타버스가 없고, 데이터 통신이 없으면 디지털전환이 없고, 클라우드가 없으면 AI가 없다. 가장 기본적으로 통신이 없으면 디지털 세상이 존재하지 못한다.

◇‘탈(脫)통신’이 아니라 ‘초(超)통신’

디지털 시대에서는 통신이라는 반석을 제대로 까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반석이 굳건해야 그 위에서 디지털 서비스가 뛰놀 수 있고, 그러면서 디지털산업이 발전한다. 그래서 통신은 벗어나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한발 더 다가가 한 차원 더 발전시켜야 할 대상이다. ‘탈(脫)통신’이기보다는 ‘초(超)통신’이다.

초(超)통신은 크게 3가지 모습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첫째는 디지털 시대를 뒷받침하는 ‘5G+Cloud+AI 인프라’의 정립이다. 둘째는 그 인프라 위에서 각종 디지털 서비스를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디지털 서비스 플랫폼’의 구축이다. 인프라와 플랫폼이 준비되면 우리는 세계에 앞서 디지털산업을 펼쳐 나갈 수 있다. 셋째는 이런 디지털산업을 우물 안 개구리의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세계로 과감히 펼쳐 나가는 것이다.

기존의 KT ‘디지코’는 여러 디지털 분야를 그냥 몇 개 가져다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초(超)통신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인프라는 궁색하고, 분야간 연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플랫폼 기능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환경에서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디지털산업이 결코 피어날 수 없다.

◇디지털산업을 선도할 우리의 무기

우리 ICT산업이 상당히 동력을 잃은 지금, 이런 초(超)통신 전략을 우리가 제대로 구현해 낼 수 있을까 우려도 있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디지털전환과 AI 같은 일부 디지털산업은 우리가 세계 최첨단에 조금은 뒤질지 몰라도, 거의 같은 출발선상에 있다. 우리에게는 과거 훨씬 뒤쳐진 상황에서도 ICT산업을 따라잡고 앞서 나갔던 값진 경험이 있다. 우리는 항상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왔다. 기회를 성공으로 만드는 우리의 이런 능력을 체계적으로 결집한다면, 디지털산업에서도 우리는 다시 한번 앞설 수 있다.

게다가 우리 디지털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앞서 나가도록 지원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도 우리는 가지고 있다. K-컬쳐와 디지털플랫폼정부, 바로 이 두 가지다.

K-컬쳐는 이미 세계 MZ세대 문화의 주축이 되어 있다. 그리고 앞으로 MZ세대 문화는 5G, 가상현실, 메타버스 같은 디지털 기술의 기반 위에서 펼쳐진다. 우리가 K-컬쳐를 세계로 전파해 나갈 때, 이를 우리 디지털산업 인프라와 플랫폼 위에서 전개해 나간다면, K-컬쳐는 우리 디지털산업의 수요자 역할을 하면서 또한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다시 K-컬쳐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선순환으로 되돌아 온다.

윤석열 정부가 새로운 차원의 행정 디지털화를 이루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디지털플랫폼정부도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 많은 개발도상국은 이런 선진 행정시스템에 목말라 있다. 그들에게 우리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전파하면서 우리의 5G+Cloud+AI 인프라와 플랫폼까지 함께 전파하면, 그들은 행정시스템의 선진화를 쉽고 빠르게 이룰 수 있고, 우리는 디지털산업 세계 시장 진출을 손쉽게 추진할 수 있다. 상호 윈-윈 하는 것이다.

◇생태계는 미래성장 파트너.

우리는 초(超)통신을 위한 역량과 기반을 갖고 있고, 이를 세계화하기 위한 무기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ICT산업 생태계의 불씨를 되살려 한국 디지털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을까? 먼저 사고의 전환부터 필요하다. 생태계를 경영의 부담으로 생각하는 사고에서 벗어나, 그들을 미래성장을 함께 만들어갈 파트너로 생각해야 한다.

그들과 함께 초(超)통신과 디지털산업의 미래를 Open Innovation으로 그려 나가야 한다. 과거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 시기는 KT가 나아갈 방향을 정의하고 생태계가 뒤따르면 되었지만, 우리가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서 초(超)통신을 리딩해야 하는 지금은 이제 더 이상 KT 혼자서 나아갈 방향을 정의하기에는 힘에 부친다. 지금부터는 생태계 전체에서 아이디어를 모으고, 이를 함께 개발하고, 함께 완성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초(超)통신의 방향 정립과 투자, 생태계와 협력하는 개발, 그리고 해외시장 진출에 이제라도 늦지 않게 힘을 쏟아 간다면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앞서가는 디지털산업의 부흥을 이뤄낼 수 있다. 그러면 이는 새로운 수요 창출, 생태계 동반성장, 신성장 동력으로 이어지는 디지털산업 선순환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최두환 전 KT 사장 ·전 포스코DX 대표

〈필자〉최두환 전 KT 사장·전 포스코DX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벨 연구소를 거쳐 벤처기업 네오웨이브를 설립했다. KT 사장과 포스코DX 대표를 역임했다. 광통신, 초고속 인터넷, 방송·통신·인터넷 융합 분야 기술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이를 산업으로 성공시켜 한국이 IT강국이 되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 디지털 전환 선구자로 제조업이 하드웨어(HW) 사업에서 솔루션 사업으로, 나아가 서비스업으로 발전하는 기틀을 다졌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정보통신 분야 최고 영예인 ‘한국정보통신대상’을, 2019년 전자공학 분야 최고 영예인 ‘대한전자공학대상’을 수상했다. 앞서 1989년에는 뛰어난 연구개발(R&D) 능력으로 벨 연구소의 ‘Distinguished Member Award’도 1989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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