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 기업이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혹독한 생존경쟁을 이겨내고 성장궤도에 올라 탄 모양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등 호재에 발맞춰 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에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기업의 실적이 일제히 개선됐다.
한화솔루션은 수분기째 최대 영업이익을 갱신하며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13조6539억원, 영업이익 9662억47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 영업이익이 각각 27.3%, 30.9%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신재생 에너지 부문이 성장을 견인했다. 매출이 전년 대비 56.0% 증가한 5조5685억원, 영업이익은 350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강세는 올해 더 두드러진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 2714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대비 85.1% 증가한 수치다. 신재생 에너지 부문 영업이익은 245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2011년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이후 최대 규모 영업이익이자 3분기 연속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케미칼 부문의 실적이 부진하면 신재생 에너지 사업이 메우는 구조가 자리잡았다. 일찌감치 북미 등 수익성이 높은 시장을 공략하며 안정적 매출원을 확보한 결과다.
OCI도 깜짝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806억원으로 2012년 이후 최대다. 폴리실리콘 판매 가격 상승, 판매량 증가로 베이직케미컬 부문에서만 63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엔 지난해와 비교해 55% 늘어난 251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베이직케미칼 부문에서 절반이 넘는 1660억원이 나왔다.
중국기업과의 경쟁 과정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제조 거점을 말레이시아로 일원화하는 등 전략을 구사한 게 주효했다. 낮은 전기요금 등으로 인해 OCI의 폴리실리콘 생산원가는 업계 최저 수준인 KG당 10달러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전년 대비 849.5% 급증한 90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모듈 평균 판매단가 인상 효과를 누렸다. 주력인 모노 ‘PERC’ 모듈 평균 가격은 2020년 와트(W)당 0.2달러에서 2021년 0.23달러, 지난해 3분기 0.25달러로 올랐다. 태양광 모듈(패널) 사업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판가 인상 효과가 극대화됐다.
태양광 기업의 호실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IRA 시행 등 우호적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장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맞춤형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내년말 상업생산을 목표로 미국에 각각 연 3.3GW 규모의 잉곳·웨이퍼·셀·모듈을 생산하는 공장을 따로 신설한다. 현재 연산 1.7GW인 모듈은 생산라인 추가 증설을 통해 총 8.4GW까지 확대한다.
OCI는 미국 자회사 미션솔라에너지가 미국 태양광 모듈 공장의 생산 능력을 210㎿에서 1GW로 늘린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시장 내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 영업 네트워크를 확충하고 신규 고객 발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공개한 IRA 세부지침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설비를 건설할 때 미국산 철강·부품 등을 40% 이상 사용하면 10% 세제 혜택이 추가된다. 다만, 중국산에 대한 별다른 조건을 달지 않았다. 중국산을 배제하면 사실상 태양광 발전 목표치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태양광 선임연구원은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시행을 앞둔 만큼, 미국, 유럽 등 핵심 시장을 중심으로 전략를 수립해 안정적 수익구조를 창출하는 것이 한국 태양광 기업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