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재정립·공공임무 중심 조직개편
‘해양디지털자원부’ 4차 산업혁명 대응
지자체소통협력실·규제혁신실도 신설
해양과기 초격차·대체불가 기술 확보
‘한국형 연안재해 대응체계’ 예타급 구축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미래 50년을 향한 혁신기반을 마련한다.
지난 2월 취임한 강도형 KIOST 원장은 ‘새로운 50년 경제-사회적 가치 창출을 기반으로 국민이 사랑하는 KIOST’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비전에 맞춰 4대 전략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경영 목표와 역할·책임(R&R)을 담은 ‘기관운영계획서’도 곧 내놓는다.
강 원장은 KIOST 창립 5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한두가지 핵심 목표나 사업만으로 KIOST 미래 50년을 향한 혁신 기반 구축은 어렵다. 필요한 모든 목표와 사업을 풀어놓고 내부 역량을 총 결집해 동시다발적 역동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원장은 신임 원장 공모에 응하기 전부터 KIOST 발전에 위한 다양한 방안을 생각해왔고 취임과 함께 이를 정리해 제시했다. 그는 “정부 산하 연구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은 연구개발(R&D)이고, 이 R&D로 나온 성과물은 국민 삶과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돼야 한다”며 “이에 KIOST 미래 50년은 경제·사회적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시작을 지켜보는 사람은 많지만 마지막까지 주목하는 사람은 드물다. 임기 4년을 마칠 즈음에는 확연하게 달라진 KIOST 발전 모습과 달라진 위상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 원장 취임 100일이다. 최근 근황은.
▲ 경제·사회적 가치 창출을 기반으로 국민이 사랑하는 KIOST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션과 비전, 경영목표, 핵심가치를 재정립하고, 국가·사회적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임무 중심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본부별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성과 창출을 위해 부서 명칭에 명확한 임무와 역할을 담았다. ‘해양디지털자원부’를 신설해 4차 산업혁명 가속화에 적극 대응하고 해양빅데이터 선도적 확보와 활용 기반 구축을 맡겼다. 신설한 ‘지자체소통협력실’과 ‘규제혁신실’을 통해 현안문제 발굴과 문제해결형 R&D 개발업무, 연구사업 활성화에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해소하는 등 연구행정선진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취임 초 조직 기틀을 정립하는 데 공을 들였고, 이제부터는 중앙정부를 비롯한 민·관·산·학·연 소통 강화에 매진할 것이다.
- 취임 비전으로 ‘새로운 50년, 경제-사회적 가치창출 기반으로 국민이 사랑하는 KIOST’를 제시했다. 미래 50년의 방향은 ‘경제-사회적 가치창출’에 초점을 맞춘다는 뜻인가.
▲ 그렇다. KIOST 설립 50주년을 맞아 기존 성과는 물론 향후 R&D 성과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 그런 뜻에서 경제-사회적 가치 창출을 비전에 넣었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은 연구개발로 산출한 성과물이 국민 삶의 질과 국가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돼야 한다. 더불어 연구성과를 빠르게 사업화해 국민이 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양과학연구에 대한 다양한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고, 연구성과의 신속한 사업화·시장진출을 견인해 국민 체감형 성과창출로 이어가겠다.
- 비전에 따른 첫 번째 전략목표로 ‘초격차핵심기술의 집중 지원’과 ‘중장기·대형 브랜드 과제 발굴 육성’을 내세웠는데.
▲ 과학기술 역량이 국가 경제성장과 혁신 원동력을 넘어 외교·안보와 국제질서까지 뒤흔드는 시대다. 우리 정부도 전략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최근 경제·외교·안보적 가치가 높은 12대 국가 전략기술을 선정하고, 정책과 투자 지원을 집중할 50개 세부 중점기술을 도출해 발표했다. KIOST도 지난 50년간 축적한 연구 역량을 체계적으로 총결집해 해양과학기술 분야에서 중장기 과제로 초격차·대체불가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 구체적 실행 방안은.
▲ 우선 12대 국가 전략기술과 연계성 및 정합성을 갖춘 연구 기획사업을 발굴한다. 해당 사업을 중장기 예타급 규모로 키울 수 있도록 관련 위원회 구성, 외부 검증을 거쳐 타당성 및 적합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체계도 마련한다. 대표적으로 기후 위기에 신속 정확하게 대응하기 위한 해양관측, 예측, 정보분석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국형 연안재해 대응체계(K-Ocean Watch)’ 구축을 예타급 기획사업으로 키우려 한다. 한국형 연안재해 대응체계를 구축하면 연안재해 예·경보 통합시스템을 기반으로 국민안전과 해양영토 관리주권 강화, 선제적 연안재해 예방이 가능하다.
- 두 번째 전략목표 ‘해양과학기술 가치창출 플랫폼으로 성장’에 해양과학특구 지정, KIOST홀딩스 설립 등 굵직한 사업이 많이 담겨 있는데.
▲ 정부 주도 R&D 클러스터인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올해 50주년을 맞는다. 연구개발특구는 광주(2011년), 대구(2011년), 부산(2012년), 전북(2015년)으로 이어져 전국에서 공공기술 사업화 촉진과 성과확산을 이뤄내고 있다. KIOST가 자리잡은 부산 동삼동 해양클러스터에는 해양수산 관련 14개 기관이 모여 있다. 이 해양클러스터를 해양과학벨트로 고도화하려면 해양과학특구로 지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 미래 신산업 창출, 초격차 전략기술 확보, 미래 과학기술 인재 유치·양성 등을 이룰 수 있다. 해양과학기술은 해양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요소기술이다. 해양과학특구 지정으로 해양과학 혁신기술 연구 저변을 확대하고, 우수기술 사업화, 창업기업 발굴 투자 등을 선도해 나가겠다.
- ‘KIOST홀딩스’ 설립은.
▲ 2010년에 출범한 출연연 최초 기술사업화 전문기업 ‘에트리홀딩스’를 벤치마킹했다. 해양과학 유망기술 사업화를 촉진하고 연구생산성 향상, 미래 유망 스타트업 발굴 지원이 핵심 기능이다. 현재 설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곧 내·외부 설립추진위를 구성해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해양과학특구에 해양장학재단을 설립해 우수 인재가 부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세 번째 전략목표 ‘국민과 함께 하는 연구기관으로의 성장’에 언론사의 관심이 많다. 그간 KIOST는 기술간 융합 활동이나 개발·보유 연구성과를 국민과 외부에 알리는 데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 과거 폐쇄적 연구 관행에서 벗어나 여러 혁신주체와 활발하게 소통하고 시민사회의 학습을 돕는 열린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겠다. KIOST 연구진이 수줍음이 많아서인지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거두고도 제대로 자랑하지를 못한다. 저는 원장이 되기 전에도 과학적 성과의 대중 홍보에 관심이 많았다. 시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언론을 통해 연구 성과를 알리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수동적 홍보가 아닌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인터뷰를 추진하고, 미디어데이 개최를 비롯해 언론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
- 네 번째 전략목표인 ‘경영혁신으로 일하기 좋은 KIOST 만들기’는 내부 혁신 과제로 보이는데 어떤 내용인가.
▲ 기관 발전을 위해서는 임직원 모두 일하고 싶고, 일하면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취임과 함께 직원 업무 몰입도 향상과 조직 성과를 극대화하는 최적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주어진 임무를 신속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달성 가능한 명확한 미션과 시한을 부여하고, 더불어 자신감을 갖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조직개편으로 기존 중앙집중형 업무처리를 본부별 자율 운영으로 전환해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 결정을 유도하고 있다. 임직원 모두 맡은 소임에 의욕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지원·성과보상·정보공유·교육 등 환경 조성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
- 지역 소멸, 청년 정주 지원, 인구감소, 수도권 집중 등 여러 키워드에서 보듯 지역균형발전은 지속적인 이슈이자 사회문제다. 부산을 비롯한 지자체 협력 방안도 알고 싶다.
▲ KIOST는 박사급 인력 235명을 비롯해 1100여명의 우수 인력을 보유한 대형 연구기관이다. 보유 인력과 지식, 인프라, 노하우를 활용하면 지자체의 각종 해양 관련 난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존에는 지역 애로사항이나 현안 해결을 위한 지역 공감형 협력연구를 간헐적으로 수행했다.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지자체 현안을 보다 실효적으로 해결해 나가려 한다. 부산시 현안인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부산 해상도시 건설, 기후 위기 대응 및 환경문제 개선 등에 기여하겠다. 부산지역 해양교육·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도록 해양과학문화 확산에도 적극 나서겠다. 지난해 11월 피지에서 열린 ‘해양수산 국제협력 회의’에 참석해 태평양 도서국을 대상으로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열정을 알린 바 있다.
- 취임사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다’라는 뜻풀이가 인상적이다.
▲ 국어인 ‘바다’는 가장 품이 넓고 깊다는 뜻이다. 바다에는 세상 모든 물을 가리지 않고 다 받아준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뜻을 가진 말은 없다. 그렇기에 열린 바다를 연구하는 KIOST 모든 임직원이 자랑스럽다. 무궁무진한 바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토대로 우리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적인 기술로 바다를 새롭게 개발해 미래학자들이 예견하듯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바다에서 찾아야 한다.
- 해양과학기술인으로서 우리에게 바다는 어떤 존재인가.
▲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한다. 태평양은 지구 표면 3분의 1을 덮고 있고, 모든 육지를 합한 것보다 넓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서 환경과 기후까지 특성과 변화를 조절하는 데 바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바다는 인류 생존에 필요한 식량, 자원,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다. 바다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 뿐만 아니라 인류 난제를 해결해 줄 실마리도 담겨 있다. 해양선진국은 이미 바닷속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바다 공간 자체를 생활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시도 또한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KIOST는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해저공간을 인간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부터 국내 최초로 ‘한국형 해저공간 플랫폼’ 구축 연구를 시작했다.
- 미세조류를 비롯한 해양바이오 분야 전문가로 알고 있다. 해양바이오산업 미래는.
▲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해양바이오, 해양에너지·자원, 친환경·첨단 선박 등 약 15조 규모 해양수산 신산업 시장을 오는 2027년까지 30조원 규모로 확대 육성하는 ‘해양수산 신산업 육성전략’을 수립했다. 세계 각국은 해양수산업 고부가가치 전환과 해양바이오 등 신산업 육성에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기술 선점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KIOST는 해양바이오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기존 R&D 중심에서 산업화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기업과 함께 다양한 원천기술을 공동 개발해 상생의 틀을 만들겠다.
강도형 원장은 1970년생으로 인하대 해양학과를 졸업하고 제주대에서 해양생물학 석·박사를 받았다. 2006년 KIOST 전신인 한국해양연구원에 입사해 이후 제주특성연구센터장, 제주연구소장 등 주요보직을 역임했다. 지난 2월 1일자로 제11대 KIOST 원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오는 2027년 1월까지 4년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해양바이오와 미세조류다. 관련 다수 연구성과를 기업에 이전해 사업화하고 있다. 2009년부터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바이오학회 총무이사, 제주도 지역혁신협의회 위원 등 대외활동도 활발하다.
부산=임동식 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