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글로벌 트렌드 역행하는 플랫폼 규제...미국은 철회했는데 한국은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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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최근 인공지능(AI) 챗봇 ‘바드’를 한국어 서비스로 무장시켜 우리나라로 진격하겠다고 발표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도 한글에 강점을 둔 ‘하이퍼클로바X’와 ‘코GPT’ 등 서비스를 하반기에 내놓겠다며 대응하고 있지만 투자 규모나 기술력 등을 감안하면 너무 벅차다. 미국이 자국 빅테크 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해 플랫폼 규제 관련 법률 제정을 대부분 포기하면서 구글·애플·아마존 등 빅테크가 기세등등하게 글로벌 사업을 펼치는 모습이다.

그야말로 ‘AI 주권’이 ‘풍전등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는 플랫폼 기업이 사업을 적극 펼치는 것에 제약을 두기위한 ‘규제법’을 만들겠다며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규제법이 만들어지면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에 공평하게 적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 기업만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를 받아 사업을 펼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어렵사리 지켜낸 ‘포털 주권’을 내주는 것은 물론이고 급격히 형성되고 있는 AI 주권은 아예 포기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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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은 빅테크 규제안 폐기하며 방향 선회

올해 들어 미국의 빅테크 규제 패러다임에서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플랫폼 독점 종식 법률’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률’ 등 미국의 ‘디지털시장법(DMA)’로 불렸던 빅테크 규제법안 6개 중 5개가 폐기됐다.

법안이 폐기된 배경은 빅테크에 대한 강한 규제 상황이 미래 산업 성장동력을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경기가 예전처럼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고, 이용자 편익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미국은 소비자 보호와 경쟁의 관점에서 빅테크의 시장 실패에 무게를 두고, 최근 2~3년간 강력한 정부 개입을 검토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기술 환경과 기술 패권이 정치·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재인식했다. 정부 정책 기조를 자국 빅테크 기업 규제에서 중국 기업 규제로 급격히 전환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유럽연합(EU)이 미국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강력한 입법 규제를 도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디지털 기술이 국가경쟁력 전반과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점차 입증되면서, 세계 주요국들은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시장 경제 관점에 치우치기보다 정치·안보·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 기반 산업, 인프라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 과거 제조업과는 달리 글로벌 경쟁기업이 자유롭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플랫폼 산업의 특성에 따라 정책 방향을 새롭게 검토하는 추세다.

◇한국은 국회에서 플랫폼 규제법 발의만 15건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변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강도가 연일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플랫폼 규제가 철회되고 있는 것에 반해 국내는 지난해 카카오 먹통사태 이후 플랫폼 규제 장벽을 높이면서 플랫폼을 향해 매서운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적 남용 행위를 막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는 등 플랫폼 규제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 등 플랫폼 산업 특수성에 따른 시장 집중 효과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확보한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상대로 ‘갑질’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 등이 배경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에 ‘온라인 플랫폼 기본법’ 등 플랫폼 관련 법안 15건 이상이 계류 중이다. 이외에도 콘텐츠 및 전자상거래 모니터링 책임 강화, 알고리즘 심의 등 각종 온라인 플랫폼 대상 규제안이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불공정거래 관련된 법안으로 충분히 규제가 되는데, 국회에서 중복되는 법안이 발의되는 형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힌다. 정부를 중심으로 플랫폼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자율규제 방안’도 마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세를 한층 강화하는 것은 국가 경제는 뒤로한 채 총선을 앞두고 포털 규제를 통해 ‘길들이기’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 “플랫폼 기업 과도한 규제 우리 경제에 타격”

플랫폼 규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합리적인 정책 방향 수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해외 빅테크 대비 작은 국내 플랫폼 산업 규모와 자국 플랫폼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나라의 디지털 경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접근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쇼핑과 뉴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체 플랫폼 시장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나아가 플랫폼 산업을 잘못 규제하면 자칫 국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산업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밀하지 못한 정책은 국가 경쟁력 약화는 물론이고 소비자 편익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민호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포털 시장이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국내로 진격하고 있는데, 국내 플랫폼 기업에 역차별이 예상되는 규제법을 만드는 것은 우리 시장을 통째로 내어주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논의·발의되는 플랫폼 규제법은 과거 논란이 됐던 부분에 대한 시대착오적 발상이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플랫폼 시장의 성장성과 역동성을 고려할 때 자율규제, 최소한의 규제가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하원 및 상원의 빅테크 반독점 규제 법안 주요내용 및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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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 (1) 최소 5천만 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또는 10만명의 비즈니스 사용자)를 보유하고 (2) 연간 시가 총액 또는 미국 순매출액이 5500억 달러(약 725조원)를 초과하는 기업

[자료:업계]



<정무위 계류·심사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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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플랫폼 자율규제 주요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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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정부부처합동]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