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에 대한 투자일임업 허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0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제8차 실무작업반을 개최하고, 은행권 비이자수익 비중 확대방안을 논의했다.
국내은행 비이자이익 비중은 12.0% 수준으로 미국은행의 비이자비중인 30.1% 에 비해 낮다. 국내은행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은 외환수입수수료 등 기타업무 관련 수수료와 펀드·방카판매수수료 등 업무대행수수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외환수입수수료는 대형증권사·빅테크 등과의 경쟁 심화로 점차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펀드·방카 수수료도 고객과의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어, 수수료만으로 비이자수익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에 직면했다.
이에 은행권은 투자일임업을 전면 허용해줄 것을 금융당국에 건의했다. 현재는 투자일임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 허용되고 있어 은행 고객들이 원스톱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받는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전면 허용이 어렵다면, 공모펀드 및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투자일임업에 한해 추가 허용해줄 것을 건의했다.
투자일임업이 은행권에 허용되면 기관·고액자산가 또는 상품판매 중심의 투자일임 서비스를 벗어나 소액투자자·은퇴자·고령자 등을 포함한 모든 고객들에게 맞춤형 투자일임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은행 입장에서는 판매수수료(commission) 중심에서 관리·운용 보수(fee) 중심의 사업모델로 전환될 수 있다. 이 경우 경기변동에 따른 손익 변동성도 완화될 수 있다.
반면 금융투자협회에서는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증권업계의 핵심업무를 은행권의 안정적 수익 확보만을 이유로 허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시 중소 증권사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증권업계의 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이자수익이 대출·예금의 규모와 예대금리차에 의해 결정되다보니 경기 변동, 시장금리 인상·인하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등 변동리스크에 노출된 측면이 있다”며 “수익 변동성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수익원 다변화가 필요하고 이는 은행의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일임업 허용에 대해서는 동일 기능, 동일 리스크, 동일 규제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은행권에 대한 투자일임업 허용에 따른 리스크가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관리·해소할지 여부를 우선 검토하고, 국민들에게 어떤 금융편익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은행권은 수수료 중 국민의 금융편의성 제고 등을 위해 계좌유지 등 각종 서비스에 대해서는 지금과 같이 무료 또는 원가 이하로 제공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벤처투자 확대, 신탁업 혁신, 투자자문업 활성화 등을 통해 비이자수익을 적극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향후 금융, 비금융 융합 촉진 방안이 마련되면 사업모델을 보다 다각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예린 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