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가전시장이 5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수요 둔화 속 비수기 시즌까지 겹치면서 코로나19 유행 이후 최악의 1분기를 맞았다. 가전 업계는 재고 관리와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추되 해외로 눈을 돌려 실적 방어에 총력전을 펼칠 방침이다.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가전제품 경상금액(총매출)은 8조4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조960억원) 대비 11.6%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코로나19 유행 이후 첫 역성장을 기록한 이후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올해 1분기는 전반적인 비수기 영향과 함께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요둔화까지 악재가 겹쳤다. 실제 올해 들어 1월(-4.5%), 2월(-12.3%), 3월(-10%) 모두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계속 감소했다. 월 기준으로는 지난해 3월부터 12개월 연속 하락세다. 급격한 수요위축과 2분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공격적 마케팅보다는 재고관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외형 성장에 실패했다.
1분기 두 자릿수 역성장은 삼성·LG 등 대기업보다는 중견·중소기업에 더 큰 악재로 작용했다. 해외보다는 국내 사업 비중이 높은데다 특정 제품군에 매출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한 중소가전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시장이 위축되면서 올해 1분기는 코로나 유행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며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상반기까지는 사실상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전 업계는 4월부터 에어컨을 비롯해 혼수·이사 시즌 등 수요 반등 요소가 이어진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그동안 실적을 압박했던 재고 이슈가 개선된 데다 물류비·원자재 부담까지 해소되고 있어 하반기 돌파구 마련에 희망을 건다.
올해 1분기 하락폭이 주춤했다는 점에서도 위안을 삼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국내 가전시장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13.3%에서 올해 1분기 -11.6%로 감소세가 다소 줄었다.
가전 업계는 하절기 성수기 대응과 함께 수요가 제한적인 국내보다는 해외 공략에 집중,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컬러 등 인테리어 요소를 강조한 디자인과 함께 인공지능(AI) 등 사용 편의성을 강화한 신제품 출시에 우선 집중한다. 이와 함께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 전통적인 공략지역을 포함해 아프리카, 중동 등 새로운 시장까지 개척해 수요 창출에 나선다.
중소 가전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를 겨냥한 인테리어 가전 신제품을 출시하고 해외시장, B2B 등 새로운 동력 발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기존 주력 시장보다는 아프리카 등 신시장 개척을 위해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