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김용태 교수팀
수소 농도 따라 화학반응
기존 대비 내구성 3배↑
방향 전환 스위치로 기차가 운행할 경로를 선택하는 것처럼 원하는 화학반응을 선택, 수소차 연료전지 부식을 막는 촉매가 개발됐다.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신소재공학과·철강·에너지소재대학원 김용태 교수와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 유상훈씨 연구팀이 수소 농도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소 산화 반응을 일으켜 수소차 연료전지 부식을 막아주는 촉매를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연료전지 내구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시동을 켜고 끄는 순간 음극 촉매에 발생하는 열화현상이다. 특히 자동차용 연료전지는 자동차 주행 특성상 시동을 켜고 끄는 행위가 수시로 반복되면서 열화에 의한 스트레스를 자주 받는다.
자동차가 정상적으로 주행하는 동안에는 내부 연료전지에 높은 농도의 수소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만 시동을 켜거나 끄는 순간에는 연료전지 내부에 수소 농도가 일시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수소 이외에 외부 공기도 연료전지 내부로 새어 들어오게 되면서 양극에 의도치 않은 산소 환원 반응을 일으켜 순간적으로 음극 전위가 높게 치솟게 되고 음극 촉매 부식으로 이어진다.
연구팀은 이산화티타늄(TiO2)에 백금(Pt)을 입힌 촉매(Pt/TiO2)를 개발, 수소차 연료전지 부식을 막는 데 성공했다. 이 촉매는 이산화티타늄과 백금 사이 강한 상호작용과 수소 스필오버(spillover) 현상을 이용해 주변 수소 농도에 따라 물질 표면의 전기 전도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전기 촉매다.
차가 갑자기 멈추거나 출발하는 경우 연료전지 내 수소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수소 농도가 낮은 환경에서는 촉매 표면에 드러나 있어야 할 백금 위로 이산화티타늄이 확산돼 백금을 뒤덮게 된다. 이산화티타늄의 낮은 전기 전도성으로 인해 촉매는 전기가 거의 통하지 않는 절연 상태의 부도체로 변하게 되고 후에 음극 전위의 급상승을 야기하는 양극에서의 불필요한 산소 환원 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
반면 차가 정상적으로 주행하는 동안에는 차 내부 수소 농도가 높게 유지된다. 연료전지 내 수소가 풍부한 경우 촉매 표면에 전기 전도성이 높은 백금이 다시 노출되고 이산화티타늄이 환원되면서 수소가 촉매 표면을 활발히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소 스필오버라 불리는 이 현상을 통해 전류가 잘 흐르게 돼 수소 산화 반응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한 촉매와 기존 촉매를 비교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테스트도 진행했다. 그 결과 '백금-이산화티타늄' 촉매를 사용한 전지는 기존 전지에 비해 세 배 더 높은 내구성을 보였다. 수소 농도에 따라 산소 환원 반응과 수소 산화 반응을 선택적으로 진행해 전지 내구성을 높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수소차 연료전지 내구성 문제가 해결된다면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에서 우리나라 수소차 입지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수소에너지혁신기술개발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에너지 분야에서 영향력 높은 학술지인 'ACS 에너지 레터스(ACS Energy Letters)' 표지논문에 실렸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