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슈퍼카 수준의 고성능을 발휘하는 '아이오닉6 N(프로젝트명 CE N)'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차그룹의 첫 세단형 고성능 전기차가 될 아이오닉6 N은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서 승부수로 띄우는 히든카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6를 기반으로 고성능 전동화·주행 기술을 더한 아이오닉6 N 양산형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 현대 N 데이 행사에서 고성능 N 브랜드 전동화 비전을 제시하는 콘셉트카 'RN22e'를 선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RN22e의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현대차 최고경영진이 최근 양산차 개발 프로젝트를 공식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오닉6 N은 제품 개발을 거쳐 2025년 하반기부터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내수와 유럽·호주 수출 물량을 우선 생산한다. 2026년 초부터는 북미·중국 물량을 추가로 생산한다. 호주 등을 위해 좌핸들 차량 외에 우핸들 차량도 선보인다.
주력 시장은 중국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6 N 연간 생산 목표 대수로 잡은 6000대 가운데 3분의 1인 2000대를 중국에 공급할 방침이다. 이어 북미 1500대, 유럽·호주 1500대, 내수 1000대 순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에 가장 많은 물량을 배정한 것은 아시아 최대 규모인 현지 고성능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오는 18일 2023 상하이모터쇼에서 신형 엘란트라 N을 최초로 공개하며 N 브랜드의 중국 진출을 선언했다. N을 통해 중국 내 현대차 브랜드 팬덤 구축과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아이오닉6 N 스펙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콘셉트카 RN22e로 성능을 유추할 수 있다. RN22e는 아이오닉6 뼈대인 E-GMP를 바탕으로 160㎾ 전륜 모터와 270㎾ 후륜 모터를 장착하고, 상시사륜구동(AWD)을 채택했다. 운전자가 원하는 구동력을 설정할 수 있으며, 드리프트까지 가능하다. 제로백으로 불리는 정지 상태에서 100㎞/h 도달 시간은 3초대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 힘을 쏟는 것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제품 가치를 제고하고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출시된 대다수 전기차는 친환경성과 경제성에 초점을 두고 있어 자동차의 본질인 운전하는 재미는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최대 600마력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고성능 전기차를 개발하려면 배터리, 모터 등에서 높은 수준의 내구 품질과 주행 안전성을 갖춰야 하는 등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현재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고성능 전기차를 직접 개발·생산하는 업체는 포르쉐, 메르세데스-AMG, 테슬라 등 소수에 불과하다. 대중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에는 현대차·기아가 유일하다. 이보다 앞서 기아는 지난해 하반기에 EV6 고성능 버전인 EV6 GT를 내놨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에 아이오닉5 N을 선보일 계획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