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용후핵연료 특별법 제정 지지부진…연구계도 '시름'

2030년 임시저장조 포화…법 심사 지연
실제 처분 환경 URL·기술 안전성 실증
법제정따라 진척도·완성시점 크게 갈려
연구계 “R&D 악영향” 조속 처리 목소리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관련 연구개발(R&D) 영역의 시름이 깊다. 자칫 법 제정이 미뤄질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관련 R&D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사용후핵연료 특별법은 김영식·이인선 국민의힘 의원,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해 현재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병합심사 중이다. 언제쯤 제정이 이뤄질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각계에서 빠른 처리를 바라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관계 당국은 오는 2030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조 포화가 예상됨에 따라 지지부진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부지 확보 및 설치 등을 위해 조속한 특별법 제정을 바란다.

산업계도 바라는 바다. 사용후핵연료 처분 시설 확보 및 이를 위한 법률 제정은 원자력이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포함되기 위한 조건으로, 향후 관련 기업의 자금 조달이 용이하도록 특별법 제정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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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중인 국내 사용후핵연료 처분 R&D

이런 바람은 R&D 영역도 마찬가지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분하기 위한 심층 처분 기술 마련이 이뤄지는 중인데, 특별법 제정 여부에 향후 진척도, 완성 시점이 크게 갈린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관련 분야 연구기관들은 다부처 공동 예비타당성 조사사업(약 4300억원 규모)을 2029년까지 수행하며 핵심기술 확보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와 별도로 심층 처분시스템 설계안을 도출하는 산업통상자원부 R&D 사업, 처분면적 저감기술과 안전성 증진기술 등을 개발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R&D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R&D 사업 종료 이듬해인 2030년에는 실제 처분환경과 유사한 500m 심도 연구용 지하 연구시설(URL)에서 우리나라 심층 처분시스템 안전성 실증에 나선다는 목표다.

주목할 만한 점은 현재 계류 중인 법안 세 개가 모두 URL 설치 등 내용을 담고 있어, 향후 R&D에 이은 처분 안전성 실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칫 특별법 제정이 미뤄져 URL 설치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거나 늦어지면, 기술 확보와 실증 사이 유기적인 연계에 심각한 차질을 피할 수 없다. 실증 시기를 놓치면 후발 국가들의 기술 역전을 손 놓고 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실증시기를 놓치면 최종 방폐장 건설 시점에도 영향을 끼친다. URL 실증 없이 방폐장을 건설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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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건 원자력연 사용후핵연료저장처분기술개발단장

문제는 법 제정 기회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이 내년으로 다가왔다. 다음 22대 국회가 구성되면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조동건 원자력연 사용후핵연료저장처분기술개발단장은 “우리 연구진들은 오는 2030년에 실제 처분 환경을 갖는 URL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분 핵심기술 및 처분 시설 안전성 실증을 목표로 연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고, 향후 우리가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분하려면 특별법이 하루 빨리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