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칼럼]페트로 달러와 가상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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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중국 주선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화해했다. 이로 말미암아 앞으로 중동 지역은 물론 세계 군사적·경제적 질서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국제무역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에 대한 불안이 시작되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 화해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중국이 의도하는 대로 위안화가 석유 결제 화폐로 추가되면 1974년 미국과 사우디 간 체결된 석유 거래에 대한 페트로 달러 의존도가 크게 약해질 수 있다. 페트로 달러는 미국 달러를 이용해서 석유를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석유 생산국이 석유 수출 대금을 미국 달러화로 받고, 그 달러를 다시 미국에 투자하거나 미국에서 상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2022년 8월 기준 국제통화기금의 담보없는 특별인출권인 SDR 편제 화폐는 미국 달러가 43.38%, 유로가 29.31%, 위안화 12.28%, 엔화 7.59%, 영국 파운드 7.44% 등이다.

사우디와 이란이 석유 생산 및 수출에서 협력하면서 페트로 달러에 의존하지 않고 위안화로 석유 거래를 다양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가능성은 미국 경제의 영향력을 약화할 수 있으며, 미국 달러화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사우디와 이란이 미국 달러 대신 중국 위안화 등을 대체 결제통화로 변경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위안화가 미국 달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본시장 규모나 유동성을 고려할 때 달러는 물론 국제통화기금의 SDR 편입 2위 화폐인 유로화도 위안화가 대체하기 어렵다. 달러를 대체하려면 기축통화국에 걸맞은 결제 시스템과 금융시장 개방성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이 역시 국가가 환율에 개입하는 등 투명성이 떨어지는 현 상황에선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로이터 통신 역시 많은 악재에도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유지 공산은 높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석유 생산국들이 다른 통화로의 대체를 시도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미국 대외 정책, 경제 제재 등에 대한 반발이 있기 때문이며 페트로 달러가 더 이상 지배적인 역할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결제통신망인 SWIFT에서 러시아가 강제 축출되고, 이로 인해 중국이 주도적으로 운용중인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인 CIPS가 힘을 받고 있다. 미 중간 패권전쟁으로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여 그간 동맹국이었던 국가들의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많은 악재에도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장기 전쟁 및 사우디발 페트로 달러화 위기가 겹치면서 가상자산에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대장주인 비트코인에 낙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가상자산은 이번 기회를 통해 미국 달러에 대한 대체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미국 달러는 미국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이 발행하며, 가상자산은 중앙 기관이 아닌 분산된 블록체인 네트워크 시스템에서 발행된다. 미국 달러는 미국 정부와 연준의 규제를 받으며, 가상자산은 일부 국가에서 강한 규제를 받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일률적으로 규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22년 5월 JP모건은 비트코인의 가격 안정성이 갈수록 금과 유사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을 디지털 방식으로 채굴하는 일이 쉽지 않고, 희소성이 크다는 점이 금과 유사한 특성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1년 후인 지금 상황은 어떤가. 복합적으로 예기치 못한 정경 상황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가격이 급락했지만 현재는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달러화는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을 통해 거래되는 반면에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분산 거래 시스템을 통해 자율적으로 거래된다. 미국 달러는 세계 각국에서 거래되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다. 반면에 가상자산은 아직 일부 국가에서는 규제받고 있으며, 일부 상품이나 서비스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미국 달러는 아직 안정적이고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전통적인 통화이지만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비교적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각각의 장단점을 고려해서 사용 목적에 따라 선택할 필요가 있다.

미국 달러의 미래에 대한 예측은 매우 어려우며,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 경제 상황, 연준의 통화 정책, 글로벌 경제 상황, 국제 정치 및 사회 변동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해서 미국 달러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JP모건은 구체적 예상치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기관 투자가들의 투자 참여 확대에 따라 비트코인 시세가 상승세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달러의 불투명한 미래와 가상자산의 투자 포트폴리오 편입 가능성에 대한 예상은 금융적 판단이 아닌 정치·경제·문화·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된다.

현재 글로벌 경제 생태계가 극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어 달러와 가상자산은 각기 장단점을 고려하여 사용 목적에 따라 일률적이 아닌 개별적이고 구분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smi99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