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IRA 우회로로' 韓·中 이차전지 합작 활발

한국과 중국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이 국내 합작사 설립을 본격 추진해 주목된다. 배터리 원재료 수급에 중국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국 규제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한중 합작기업들이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 회사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전북 군산 새만금에 배터리용 전구체 합작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오는 19일 새만금개발청 등과 전구체 생산 시설 건립과 부지 확정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맺을 예정이다.

양사는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국가산업단지 부지(33만㎡)에 연산 5만톤 규모 전구체 생산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전기차 60만대분에 탑재되는 배터리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올해 말 착공해 2028년 말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LG화학의 이번 투자는 이차전지 원료인 전구체를 국내 생산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전구체(니켈·코발트·망간 화합물)는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지만 국내 배터리 업계는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해왔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전구체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95.3%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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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기 SK온 구매담당(앞줄 가운데), 박상욱 에코프로 부사장(오른쪽), 지앙 미아오 GEM 부총경리(왼쪽), 박성욱 SK온 글로벌 얼라이언스 담당(뒷줄 오른쪽), 허개화 GEM 회장(뒷줄 왼쪽)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전구체 생산합작법인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에코프로 제공)

또 저변에는 미국 IRA 대응을 위한 목적이 크다. IRA 세부지침에 따르면 배터리 광물을 가공할 때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국가에서 40% 이상(올해 기준)을 조달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런 IRA 영향 때문에 최근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와 중국 기업이 합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SK온도 국내 최대 양극재 회사 에코프로, 중국 전구체 기업 거린메이(GEM)와 합작사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를 설립키로 하고, 최대 1조21000억원 투자, 2024년까지 새만금에 연산 5만톤 규모 전구체 생산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양극재 제조업체 엘앤에프는 지난달 중국 시노리튬머티리얼즈와 합작해 국내에 리튬 정제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한중 합작은 IRA를 회피하면서 공급망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떠오르는 모습이지만 합작법인이 영향권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IRA 세부지침에 해외우려단체(FEOC)에 포함되면 1% 핵심광물이라도 FEOC가 생산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전체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인프라법 정의를 적용하면 FEOC는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이 소유·통제하거나 관할권의 대상인 기업을 말하지만 IRA에서는 아직 구체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

신정훈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지난 14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개최한 IRA 설명회에서 “미국반도체지원법에서 보면 중국 정부가 25%의 직간접적 의결권을 소유하거나 해당 국적을 갖고 있는 경우로 정의해 모든 중국 사람이 소유한 기업이나 심지어 국내 기업이 중국에 투자한 자회사까지로 해석 범위가 너무 넓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IRA 관점에서는 아직 정확한 가이던스가 없기 때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