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수출기업 해외인증 부담 확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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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2억원,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매출 20억원 규모의 의료기기 수출업체 G사가 지난해 유럽으로 제품을 수출하기 위한 인증에 사용한 비용이다. 지난해 말 수출기업 간담회에 참석한 이 업체는 인증 취득 직접 비용 이외에도 컨설팅·서류작성·샘플발송 등에 드는 비용과 시간은 수출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 강화될 유럽 의료기기 인증을 생각하면 신제품 수출이 막막하게 느껴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접수된 수출기업 상담 건수 2만7000여건 가운데 인증 및 규격과 관련된 애로 건수가 약 5300건으로, 바이어 발굴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처럼 해외 인증은 수출 기업에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다.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에 따른 자국 우선주의 확산, 높아진 환경과 안전에 대한 관심도는 세계 각국의 인증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의료기기 인허가 기준을 지침에서 규제로 강화할 예정이다.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발행한 무역기술장벽 통보문이 2020년 3352건에서 2022년 3905건으로 증가한 것도 이러한 동향을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해외 인증과 관련해 취득 비용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지원해 왔다. 지난해에는 예비비를 긴급 투입, 해외 인증 바우처를 발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기적인 일회성 비용 지원은 미봉책에 머물러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인증 취득 역량 강화라는 근본적 체질 개선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급격하게 변동되고 있는 해외 인증 정보 제공에도 한계를 노출했다.

이번에 국가기술표준원 중심으로 한국표준협회,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등 주요 시험인증기관이 참여하는 전 주기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한 이유다.

우선 기업 입장에서는 인증받기 위한 정보 수집 단계부터 인증 취득과 유지까지 전 주기에 걸쳐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해외인증 종합지원포털'에서 기업별 진단을 통해 기업이 필요한 인증이 무엇인지, 해당 인증을 취득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이 무엇이며, 이 과정에서 어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가 원스톱으로 제공된다.

이달 4일 출범한 '해외인증 지원단'은 수출 현장에서 기업의 해외 인증 관련 애로점 해소를 밀착 지원한다. 새 유형의 인증 관련 애로점에 대해서는 지원단에 참여하는 기관 간 협업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특히 각 지역의 수출 현장을 순회하며 찾아가는 현장 컨설팅을 제공하고, 온라인·오프라인을 병행한 해외 인증 교육을 통해 기업들이 기초 인증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해외 시험인증기관과 협력해 국내에서 해외 인증을 취득할 수 있는 품목은 30개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충전기 분야의 한 기업은 기존에 해외 인증기관을 통해 4개월에 걸쳐 1억원 이상 써야 인증을 취득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우리나라 시험인증 기관을 통해 2개월 만에 인증을 취득할 수 있다. 비용도 3000만원까지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조치가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해외 인증 취득 부담을 덜어서 수출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와 함께 우리 시험인증기관도 해외 기관과 협력, 양해각서(MOU) 확대, 해외 인증 시험장비 구축 및 기반 확충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과 역량 강화까지 갖춰 나가길 기대한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yjjang@moti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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