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잇는다”
1953년 한국전쟁으로 잿더미 속 폐허가 된 공장에서 SK 최종건 창업회장이 손수 부품을 주워 직기를 재조립하며 한 일성이다.
SK그룹은 6일 창립 70주년(4월 8일)을 맞아 최종건 창업회장, 최종현 선대회장 형제 어록집 '패기로 묻고 지성으로 답하다'를 발간했다.
이 책은 약 250개 대표 어록을 일화와 함께 다루며 평생을 국가경쟁력 강화를 고민했던 두 회장의 유지가 어떻게 계승됐고, SK가 재계 대표기업으로 성장했는지 조명했다.
최 창업회장은 1953년 버려진 직기를 재조립해 선경직물을 창업한 후, 'Made in Ko-rea'가 새겨진 인견 직물을 최초로 수출하는 등 우리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평생 실천했다.
“회사의 발전이 곧 나라의 발전”이라며 본인 세대 노력이 후대를 풍요롭게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우리의 슬기와 용기로써 뚫지 못하는 난관은 없다”며 임직원을 격려하는 최 창업회장의 모습이 어록집에 담겼다.
최 선대회장은 “돈으로 사람을 살 수 없다. 마음을 주고 사야 한다”며 발전만이 미덕인 시대에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며, 구성원의 복지 향상에 힘썼다. 또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 “You가 알아서 해”라는 어록처럼 자율성에 기반한 과감한 위임을 실천했다.
국내 최초 기업 연수원인 선경연수원 개원(1975), 회장 결재칸과 출퇴근 카드 폐지, 해외 MBA 프로그램 도입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로 SK만의 독보적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 시에 너무 비싼 값에 샀다는 여론이 일자 “우리는 회사가 아닌 미래를 샀다”며, 미래 산업 변화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두 회장의 경영철학은 고스란히 최태원 회장에게 이어졌다.
최 회장은 2021년 대한상의 회장에 추대됐을 때 “국가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밝힌 이후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과 글로벌 경제 협력 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과감하게 조정하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재 양성에 힘쓰는 것도 SK 전통을 계승한 결과다.
최태원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창업회장과 선대회장 삶과 철학은 단지 기업 발전에 머무르지 않았고 국가와 사회 발전에 있었다”며 “선대의 도전과 위기극복 정신이 앞으로 SK 70년 도약과 미래 디자인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는 10개월에 걸쳐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발간물, 사사, 업무 노트 등 기록물 약 1만 5000장을 분석해 대표 어록 250개를 선별했다. 아울러 창업부터 선대회장 시기 1500여 장의 사진자료를 디지털로 복원해 대표 이미지 170장을 책에 담았다.
어록집은 비매품으로, 대학 · 국공립 도서관과 SK 홈페이지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