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의 기습 감산 조치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유가 인상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각국이 유가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 안정세를 보이던 국내 기름값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4.57달러) 치솟은 80.2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5.7%(4.56달러) 오른 84.4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의 상승 폭은 지난해 4월 12일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지난해 3월 21일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급격한 국제 유가 변동에 따른 국내 영향에 관심이 집중됐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지속하면 안정세를 보이던 국내 기름값도 반등할 공산이 크다. 국내 석유 제품 가격은 국제 유가와 2~3주 시차를 두고 움직인다.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주유소 가격도 2~3주 후에는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름값은 최근 하향세가 이어졌지만 추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지난주 전국 주유소 경유의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521.8원으로 19주 연속 하락했고, 휘발유 가격도 2주 연속 떨어졌다.
이번 국제 유가 급등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러시아 등 OPEC에 소속되지 않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소속 산유국들이 하루 116만배럴 규모의 자발적 추가 감산을 예고하면서 급등을 촉발했다. 하루 50만배럴 감산 조치를 올해 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한 러시아의 계획을 감안하면 실제 추가 감산 규모는 하루 160만배럴을 넘어선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감산 결정에 따라 올해 말과 내년 말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종전보다 각각 5달러 상향 조정한 배럴당 95달러, 100달러로 높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지수에 새로운 압력으로 작용하고 높은 물가 상승률이 가계의 기대심리에 영향을 미치면 통화 긴축이 계속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OPEC의 감산 결정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며,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률을 낮추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과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