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통신규격 관련 4건 제정
드론간 정보 공유…수백대 운용
헬기 등 지상 이동 장애물도 회피
국내 연구진이 드론 제조사마다 공통된 통신규격이 없어 드론 간 정보교환이 되지 않던 어려움을 해결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달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의에서 '무인기 통신 네트워크' 관련 4건 기고서가 국제표준으로 제정되는 쾌거를 이뤘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국제표준으로 견인한 기술은 드론(무인기) 비행 시 드론 간 충돌위험을 방지하고 수백대 드론을 동시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드론 분산 통신 표준기술이다.
이번에 제정된 것은 무인기 통신 네트워크(UAAN) 표준으로 △무인기 통신모델 및 요구사항 △공유통신 △제어통신 △영상통신 등 총 4개 세부기술이다. 향후 개발된 기술들이 대량 국제표준특허로 이어질 예정이라 시장전망도 밝다는 평가다.
국제표준 핵심기술은 '진화된 무선 애드혹 네트워크(EVAN)'다. EVAN 기술 드론 분야 적용으로 드론 간 정보공유, 이를 토대로 한 대규모 드론 간 충돌방지 및 지상 이동 장애물과 충돌 방지가 가능해졌다.
표준 인식 서비스 통신 거리는 약 5㎞로 드론은 물론 헬기도 상호 인식할 수 있어 유인기와 무인기의 비행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연구진은 무겁고 고가인 드론 인식 레이더에 비해 '무인기 통신 네트워크' 표준 통신모뎀은 수만원대로 저렴하고 가볍게 제작될 수 있어 드론 인식 서비스에 매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ETRI는 이번 표준기술로 무인기는 물론 관련 장치까지 상호연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드론 간 상호인식, 자율 충돌 회피, 불법 드론 검출, 이동 장애물 인식, 이착륙장과 통신 등 드론 관련 서비스들을 하나의 통합 통신 플랫폼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번 '무인기 통신 네트워크' 국제표준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저고도 무인기 탐지 및 회피 응용 계층 기술' 표준을 함께 활용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드론 간 자율 충돌 회피가 가능해진다.
또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이동 장애물에 본 표준 통신모뎀을 장착하면 드론 자율비행 시에 큰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드론 택시 이착륙장인 버티포트(Vertiport)와 직접 통신, 교각 유지보수나 건축물 측량 시 비행 우선권 제공(동적 지오펜싱) 등 서비스도 지원하며 국방 드론에 적용할 경우 북한 전파방해도 극복할 수 있다.
ETRI 연구진은 이번 표준에서 드론은 각 신호 송신마다 변화하는 비밀번호(신뢰필드)를 함께 전송하기 때문에, 해당 드론이 합법 드론인지 불법 드론인지를 지상에서 자동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ETRI가 개발한 '무인기 통신 네트워크' 표준은 드론 택시 같은 PAV(Personal Air Vehicle)용 통신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상에서와는 달리 공중에서는 이동통신망의 끊김 현상이 매우 빈번한데, 이번 표준은 이를 보완하는 통신규격으로 매우 적합하다. 국제적으로도 도심항공모빌리티(UAM)에 통신 이중화는 필수적인 요구사항이다.
임채덕 에어모빌리티연구본부장은 “이번 국제표준 제정은 상용 드론을 서비스하는 데 필수적인 드론 운용 안정성 확보는 물론이고 그 핵심인 EVAN은 LTE, 5G 등 이동통신 및 와이파이에 비해 적응형 통신망 구성이 용이하고 전송 효율이 높아 향후 빠르고 편리한 미래 에어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TRI 연구진은 EVAN 기술이 향후 사물, 건물, 사람, 차량, 드론 등을 모두 상호연결함으로써, 집·가전·차량 제어, 실내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키오스크 연결, 등하굣길 어린이 보호, 대포차 검거, 실종자 수색 등의 수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일 통신 플랫폼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국제표준화 작업은 산업통상자원부의 표준 기술력 향상 사업의 일환으로 주관기관인 ETRI를 중심으로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가 참여해 진행됐다. 지난 2020년 3월 ETRI 황현구 책임연구원과 강신각 표준연구본부장이 에디터(의장)를 수임하여 표준 작업이 시작돼 4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