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주거지 한복판에 들어선 반도체 마이크로 파운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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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반암의 도심형 마이크로 파운드리 시설.(반암 제공)

“교육환경보호구역에 따라 초등학교 반경 200m 내에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데, 반암의 도심형 마이크로 파운드리는 친환경 공정으로 공장 등록까지 마쳤습니다.”

반암의 마이크로 파운드리는 반도체 관련 시설에 대한 선입견을 깨부순다. 평택 등 수도권 지역에 위치한 대규모 반도체 공장과 달리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 2호선 대림역에서 10여분 주거지를 걸어가다 보면 S초등학교를 지나 반암 파운드리 시설이 보인다. 외관은 창고형 카페로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기존 쌀알 크기 벌크형 반도체 소자(반도체 물질로 만든 전자제품)를 나노미터 단위로 얇게 줄인 박막 소자로 대체하는 반도체 혁신이 움트는 곳이다.

한수덕 반암 대표는 “대형 공장들이 사용하는 화학기상증착법(CVD)은 유독성 가스를 이용한다”면서 “반암은 유해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물리기상증착법(PVD)을 채택했고, 공정에 들어가는 산소·질소·아르곤은 독성이 없는 가스로 공기 중에 배출해도 무해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도심형 파운드리를 늘려가는 동시에 명동 등 도시 중심부로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로 파운드리 안엔 스퍼터(Sputter) 증착 장비만이 자리잡고 있다. 반암은 국내 반도체업계가 집중해온 포토공정과 식각공정이 아닌 증착공정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반암의 박막 공정은 4인치 웨이퍼(반도체 실리콘 원판)를 고진공 상태 스퍼터 챔버 안에 넣고, 아르곤을 주입하며 발생한 플라즈마가 금속산화물 타깃과 충돌해 밖으로 나온 입자들이 웨이퍼 위에 증착된다. 한 대표는 형광등을 대체한 발광다이오드(LED)를 예로 들며 “증착공정만으로도 충분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서미스터(열), 바리스터(전기회로보호) 기능을 통합하는 에너지 감응형 반도체 박막 소자 개발이 목표다. 현재 하반기 시제품 출시를 목표로 성능 테스트 중이다. 상용화를 마치면 화재감지기 시장을 시작으로 전자제품 및 배터리 보호회로 등으로 공략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출신인 한 대표는 금속산화물 반도체 박막화 연구를 해온 전문가로, 연구원에서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 대표는 “학계에선 이미 수차례 보고된 내용으로, 제작이 까다로워 상용화가 안 됐을 뿐”이라면서 “직접 연구한 결과 상용화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VC)업계도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반암은 2021년 1월 창업한 이후 1년 만에 DSC인베스트먼트 자회사이자 액셀러레이터(AC) 슈미트와 고려대기술지주회사로부터 7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반암은 궁극적으로 여러 기능을 한 소자에 담는 시스템온칩(SoC) 개발이 목표다.

한 대표는 “벌크형 개별 소자는 공정이 달라 복수의 기능을 담을 수 없다”면서 “박막 소자를 개발하면 하나의 소자에 여러 기능을 담을 수 있어 시스템을 간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