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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아파트 건물에 들어가는 '검은 과부'의 모습. 사진=온라인 캡처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최근 발생한 '검은 과부' 사건이 화제다. 미인계를 써서 피해자에 접근한 후 돈을 훔쳐 가는 방식으로, 짝짓기 후에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특성을 가진 '검은과부거미'에서 따왔다.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은 29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팔레르모 지역에서 최근 발생한 도난 사건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검은 과부'는 매력적인 젊은 여성 한 명이나 두 명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길거리 등에서 남성을 유혹한 다음, 피해자의 집에 가서 수면제나 마약을 넣은 음료수를 마시게 한 뒤 피해자가 잠이 들면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칭하는 단어다.

최근 발생한 팔레르모 지역 '검은 과부' 사건의 피해자는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 61세 남성으로 1차 경찰 수사 결과 피해 금액이 10만달러(1억3000만원)를 넘어서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피해 남성은 한 데이팅 앱을 통해 여성을 만났고, 사건 당일 저녁에 그 여성을 집으로 초대했다. 이 여성은 얼굴을 가리는 큰 마스크를 사용했는데, 이미 작년부터 마스크 사용이 해제된 아르헨티나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으나 이 남성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둘은 아파트에서 저녁 식사를 했고 여성이 가지고 온 와인을 마셨는데, 피해 남성은 이때 정신을 잃었고 12시간이 흐른 후에야 깨어났다.

심한 두통과 신체 통증을 느끼며 깨어난 이 남성은 엉망이 된 집에서 본인의 핸드폰과 10만 달러 상당의 현금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자 아파트 보안 담당관을 통해 아들에게 연락했다.

피해자의 아들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현재 일부 기억상실을 겪고 있으며, 큰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들은 이 여성이 아버지가 "평생 저축한 모든 것"을 훔쳤다고 말했다.

경찰은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반 이상 가린 여성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범행에 사용된 와인은 여성이 가지고 왔고, 이 와인에서는 클로나제팜이라는 항경련제와 수면제가 검출됐다.

이 사건 외에도 같은 날 같은 지역에서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외국 관광객이 두 명의 20대 초반 '검은 과부들'에게 피해를 당해 전자기기는 물론 현금, 신발까지 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외국 관광객은 '검은 과부들'을 나이트클럽에서 만나 숙소로 초대했으며, 이 관광객은 수면제를 탄 와인을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


현지 언론들은 '검은 과부'의 피해자들은 일반적으로 혼자 사는 중년 이상의 남성들이었는데 근래에는 현지에 단기 여행 온 젊은 남성 관광객들이 표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사건이 알려지는 걸 꺼리기 때문에 실제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이라고도 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