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새만금국가산업단지의 전기부족 '해프닝'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새만금 산업단지 입주계약 현황

황당한 일이다. 작년 말 새만금개발청에 한국전력공사(한전) 군산지사의 연락이 왔다. 산업단지 기업 입주 계약을 추가로 체결하면 더이상 전력공급이 어렵단다. 산업단지에 전기가 없다니?

이유인즉슨 최근 새만금개발청에서 새만금 산업단지에 입주 계약을 체결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기존 변전소로는 전력공급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얼마나 많이 계약체결을 했냐고? 2013년 새만금개발청 개청 이래 2021년까지 29건의 입주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2022년 한 해에만 이차전지 업계를 중심으로 21건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업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기업 유치가 원인이라니 요즘 말로 웃기지만 슬픈 사태가 벌어졌다.

한전과 협의해보니 여러 가지 원인이 겹쳤다고 했다. 산업단지 사업시행자이자 기반시설을 담당하는 농어촌공사도 이런 기업 입주 러시를 예상하지 못했고, 산업단지 조성 경험이 없다 보니 전력 문제를 넘겨버린 것이다. 한전도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과는 보통 입주 2년 전에 전력 문제를 협의하는데 새만금산단은 짧은 기간에 밀어닥치는 입주 계약과 관련된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할 수 없이 새만금개발청이 직접 나서 전력수요를 재검토하고 산업부·한전본사와 협의를 진행했다. 한전본사도 새만금에서 전력부족 현상이 예상된다는데 놀라는 눈치였다. 결국 기존 변전소의 설비를 증설하고 산단 내에 별도의 변전소도 신설하는 것으로 전력난 해프닝은 겨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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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놀랄 것이다. 아직도 황량하고 지자체 간 땅따먹기 갈등만 있다고 알려진 새만금에 기업이 몰린다니? 새만금산단 9개공구 중 매립이 완료된 공구는 4개 공구이다. 필자가 작년 5월 청장에 취임하였을 때 이 중 2개 공구만 절반 정도 입주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그러나 현재 2개 공구는 완판, 나머지 2개 공구도 이미 입주 계약을 체결하였거나 조만간 대부분 임자가 정해질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좋은 위치의 용지를 놓고 대기업 계열사 2곳에서 신경전을 벌인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글로벌 투자까지 확대되면서 새만금산단 용지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3월 24일 새만금개발청은 세계 이차전지 시장에서 핵심 주자로 활약하고 있는 3사가 공동 설립한 한중 합작 기업과 1조2000억원대 투자협약을 맺었다. 3사가 국제 파트너십을 구축해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새만금에서 이뤄진 것과 새만금개발청 개청 이래 역대 최대 기업 유치이자, 작년 한 해 투자유치 실적(21개사, 1조1852억원)을 뛰어넘는 대규모 투자라는 점에서 큰 이슈가 됐다.

이번 투자유치를 신호탄으로 또 다른 이차전지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도 예상된다. 벌써 서너 곳의 조 단위 투자유치도 성사 단계에 있다. 또한 이것을 계기로 해서 국제적인 기업들과의 동맹이 많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 장소가 바로 새만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새만금은 몰려드는 기업들로 용지가 부족해진 상황이다. 새만금개발청은 산업용지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농어촌공사에는 조속한 추가매립을 요청했고, 아예 새로운 산업단지 부지도 물색 중이다.

왜 이렇게 기업들이 많이 몰리는 것일까? 첫째는 물리적 환경이다. 신항만은 착공에 들어갔고, 인입철도와 국제공항은 설계가 진행 중이다. 작년 말 1조원 규모의 연결도로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올해 발주 예정이다. 10㎞ 내에 항만, 철도, 공항, 고속도로가 입지한 세계 유일의 지역이다.

둘째는 지원제도다. 2년간 질질 끌던 투자진흥지구가 작년 말 국회 법개정을 통해 올해 7월부터 지정이 가능해졌다. 세금과 공유수면 점·사용료 감면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셋째는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청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마케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새만금산단은 향후 확장성이 높고, 지자체가 없어 원스톱으로 행정처리가 가능하며 원하는 부지 모양에 맞춰 새만금개발청에서 단지계획도 과감히 변경해주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한다.

이번 대규모 한중 합작 투자 협약식에서 중국 측 파트너 대표도 한국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은 후부터 각종 협의와 기업요청에 따른 산업단지계획 및 내부 기반시설 변경, 투자심사·협약까지 3~4개월 만에 모두 이뤄지자 새만금개발청의 적극적이고 빠른 행정력에 깜짝 놀랐다며 추가 투자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새만금개발청 누리집에는 필자가 직접 쓴 청장 인사말이 있다. 마지막으로 그중 맨 끝부분을 인용하고자 한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는 앞 머리카락만 있고 뒷머리에는 머리카락이 없다고 합니다. 행운의 여신이 한번 지나가면 뒤늦게 알아도 더이상 움켜쥘 머리카락이 없어 그대로 놓친다는 뜻입니다. 새만금의 행운이 여러분 앞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움켜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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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은...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버밍엄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1993년 4월 행정고시 36회로 입직한 후 국토교통부에서 국토정책과장, 정책기획관, 토지정책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 국토정책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부단장,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국토교통부 내 주택·토지와 국토·도시 요직을 두루 맡으면서 개발과 균형발전 정책 수립·시행에 상당한 경력과 내공을 쌓았다. 인프라 투자, 산업단지 여건 조성과 함께 김 청장의 리더십이 더해지면서 수십 년 동안 더디게 진행되던 새만금 개발이 본격적인 르네상스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