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는 완성차 회사들도 뛰어들고 있다. 현 전기차에 적용 중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이미 배터리 전문 기업들이 탄탄한 생태계를 구축, 진입 장벽이 높지만 차세대 배터리는 상용화 전이기 때문에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완성차 회사들은 주로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이다. 이 회사는 5년간 1억5000만달러를 투자, 충주에 하이브리드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하이브리드 배터리는 전고체 배터리 중간 형태로 알려졌다. 솔리드에너지가 충주 공장을 짓는 건 제너럴모터스(GM)와 현대자동차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에는 GM과 현대차가 1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2025년 이후 GM과 현대차 탑재가 예상된다.

또 미국 팩토리얼에너지는 천안에 하이브리드 배터리 개발을 위한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SES와 동일한 타입의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만드는 생산 설비를 발주할 예정이다. 설비 발주뿐 아니라 생산 인력 채용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팩토리얼에너지는 스텔란티스 투자를 받았다. 현대차와는 배터리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

시장조사업체 EV볼륨즈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 시장은 145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1060만대)보다 58% 늘어난 규모다. 폭발적인 수요에 전기차 생산에 꼭 필요한 배터리 공급은 2030년까지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다.

관심은 차세대 배터리를 누가 먼저 개발할 수 있느냐다. 완성차는 배터리 개발 경험이 많지 않다. 실제 리튬이온 배터리 상용화에 뛰어든 후발주자들이 많지만 양산 지연 사례가 목격되고 있다. 단, 전고체 전지와 같은 차세대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 업체들도 신규 진입하는 영역이어서 쉽지 않은 도전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대만 등 그동안 배터리를 생산하지 않은 해외 업체들이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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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차오후 솔리드에너지시스템 창업자가 보스턴 시험생산시설에서 하이브리드 배터리 시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