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KBRI·원장 서판길)은 허향숙 퇴행성뇌질환 연구그룹 책임연구원(박사) 연구팀이 유방암 치료제로 쓰이는 약물 '아베마시클립 메실레이트'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아베마실클립이 세포주기 조절 등에 관련된 유전자인 'CDK4/6'를 제어해 알츠하이머 질병 치료를 목표로 한 다중표적(아밀로이드 플라크 감소, 타우 병변 저해, 뇌염증 억제 및 기억력 향상) 약물임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이 약물을 투입한 알츠하이머병 동물모델에서 신경세포의 수상돌기 형성이 촉진되고, 단기기억과 인식기억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관련된 아밀로이드 또는 타우를 과발현시킨 치매 동물모델에서 특정 유전자(타우 인산화효소 DYRK1A 및 p-GSK3β)의 발현을 조절해 뇌염증, 아밀로이드병증, 타우병증을 억제하는 것도 발견했다.
아울러 아베마시클립이 아밀로이드베타 또는 'LPS(모델동물에서 염증을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약물)'에 의해 유도된 신경교세포의 과활성을 조절할 때 'DYRK1A/STAT3' 신호전달 체계를 저해해 뇌염증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의 발현을 억제함도 밝혀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뇌에서 'CDK4' 유전자의 발현이 정상인보다 늘어나고, 'CDK4/6' 유전자 제어가 말초염증을 조절한다는 연구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아베마시클립이라는 약물과 알츠하이머병 상호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아베마시클립 실용화 및 산업화 연구에 집중할 예정이다.
허향숙 박사는 “연구는 항암제인 아베마시클립이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며 “앞으로 아베마시클립을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활용하는 임상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주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 'Pharmacological Research'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