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선두주자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한한령에 이어 코로나19 영향도 있겠지만 사실 중국 현지 분위기는 매우 심각하다.
중국의 부유층은 유럽이나 미국의 명품브랜드 화장품을 선호하고 일반인마저 수준이 높아진 저가의 중국 제품을 사용하다 보니 명품 브랜딩에 실패하는 경향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한국 화장품의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K-드라마와 성형의료기술, 한류연예인으로 포장되어 잘 나가던 K-뷰티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를 넛크래커(nut-cracker) 현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그동안 K-뷰티는 대중을 겨냥한 범용화장품을 지향해 왔다. 대중의 피부를 지성·중성·건성으로 구분하고, 주름·미백·색조 정도로 특화한 원료와 기능을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 K-뷰티의 마케팅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중마케팅 전략은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중 대상의 범용 제품이다 보니 효과가 좋으면 좋을수록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이 짙다. 불평과 불만은 인터넷에 눈덩이처럼 복제돼 기업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결국 기업은 우수한 원료와 기술을 보유하고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효능을 제한한 제품을 출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띤다.
따라서 기능에 의존할 수 없으니 광고나 포장용기, CF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K-뷰티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명품과 저가 이외 또 다른 영역을 창출하고, 이를 선점해야 한다. 대안으로 범용화장품에서 개인맞춤형 화장품으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바로 K-뷰티의 디지털전환(Dx)이다. K-뷰티에 Dx가 도입된다는 것은 '트러블이 생기는 1인'을 없애자는 것이다. 필자가 Px(Personal transformation)라 부르는 디지털 기반 개인맞춤화 전략이다.
Px는 기술력이 높고 역동적 다양성을 갖춘 K-뷰티 산업의 세계시장 진출에 적합한 전략이다. 물론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서는 고객의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가능한 긴 기간의 측정 빈도 및 측정값 변화, 사용자의 환경, 기후, 상황, 심리, 습관에다 심지어 유전적 특성의 마이데이터와 이를 수집하는 플랫폼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것이 Px의 전제이며, 이를 통해 개인맞춤형 화장품의 안정화와 기능 고도화를 추진할 수 있다.
그동안 여러 도전에도 K-뷰티가 개인맞춤형 화장품을 활성화하지 못한 이유는 중장기적 데이터 축적의 지속 가능성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드사나 편의점도 아니고 마이데이터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모을 것인가에 한숨지으며 미리 포기해서는 안 된다.
K-뷰티 생존을 위해서 Px는 미래를 건 긴 싸움이다.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하게 다양한 고객의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분석해서 개인맞춤형으로 대응할지에 대한 장기 전략과 실천이 필요할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단언컨대 K-뷰티 시장의 미래는 없다.
K-뷰티 산업이 Px로의 체질 개선을 위해 산업 분야에서 Dx를 이끌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스타트업이 K-뷰티 시장을 글로벌 시장에 재진출하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는 회원 가입 경험, 데이터 마이닝 기술, 프로파일링 기법, 고객 응대 노하우, 개인 맞춤형 모델링, 톡톡 튀는 마케팅, 사용자 보상기술과 디지털적 상상력, 혁신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 스타트업에만 있는 Dx 역량은 K-뷰티의 재도약을 이끌 잠재력으로 충분하다. 강력한 자금력과 조직이 있는 K-뷰티 기업이 벤처 문화를 삼키는 인수전에만 참여하지 않고 벤처정신을 그대로 인정해 주면서 협력 파트너로 나아간다면 K-뷰티에 스타트업은 훌륭한 글로벌 협력 파트너가 될 것이다. 이제 개인맞춤형 K-뷰티 화장품이 스타트업과 협력해서 세계를 다시 누비길 바란다.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danwool@ge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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