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등장과 함께 IT뿐만 아니라 마케팅, 금융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이를 활용한 신사업 찾기에 돌입했다. 챗GPT가 산업 트렌드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AI로 통칭되는 인공지능 기술의 일부인 챗GPT는 OpenAI가 개발한 프로토타입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이다.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RLHM(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 등의 학습기법을 통해 특정되지 않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전문가들은 챗GPT와 같은 시스템들이 언어생성 수준을 뛰어 넘어 생활 전반에 걸친 범용 AI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예상들이 나오는 이유는 챗GPT의 수준이 기존 AI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서울디지털대학교 기계로봇공학과 김태우 학과장은 “기존 AI들은 주변 정보를 통해 사물을 인지하는 유아기 수준이이지만 챗GPT는 인간처럼 스스로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답변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인간의 피드백을 통해 계속 답변을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로봇이나 우주항공분야에서 챗GPT를 활용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이에 대해 김 학과장은 “현재의 로봇이나 드론의 제어는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입력해야 하지만 챗GPT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운용 데이터를 통해 구체적 명령 없이 미션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챗GPT가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코드를 만들고 로봇이나 드론을 제어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효율적이면서 목적에 맞는 시스템 설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전문적으로 특화된 AI보다 다양한 영역과 환경에서 학습된 AI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능동적이고 다양한 반응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처한 환경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응답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 교수는 고도화된 AI에 과도한 기대나 의존은 심각한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AI의 의사결정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컴퓨터의 제어권이 AI에게 넘어갈 경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정되지 않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학습시킨 AI가 의사결정을 잘못 내리는 순간 자칫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처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챗GPT처럼 고도화된 AI의 의사결정과정을 인간이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향후 AI가 어떤 가치에 중점을 두고 의사결정을 하는가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AI의 의사결정단계를 이해하기 위한 AI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사람이 도전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영역이 있는 분야임에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우 교수는 로봇 및 항공우주공학 전문가로 네오플럭스 대표이사를 거쳐 서울디지털대 기계로봇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8일 김태우 학과장과 챗GPT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 챗GPT의 수준은 어떻게 보는가.
-챗GPT는 AI로 통칭되는 인공지능 기술의 일부다. 우리가 AI라고 통칭하는 기술에는 다양한 하부 기술들이 존재한다. 이 기술을 관통하는 중요한 요소는 ‘얼마나 많은 인자들을 사용해 다양한 정보를 학습시켰는가’다.
예컨대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개와 고양이를 구분 못하던 AI들이 현재 다양한 학습을 통해 고양이라는 동물을 분류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유아기의 인간이 다양한 주변 정보에서 고양이를 구분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심지어 많이 활용되는 AI는 고양이의 종류도 파악하는 단계까지 왔다.
이때 AI는 수십에서 수백 개의 인자들을 활용한다. 학습 데이터에서 이 인자들의 값을 학습하고 각 인자들의 값들 간의 연계를 통해 어떤 종류의 고양이인지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챗GPT는 LLM(Large language model)과 RLHM(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을 사용해 이런 인자를 1000만 개의 단위까지 끌어올리고 특정되지 않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학습시킨 AI다. 이를 통해 챗GPT는 고양이를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하고 그 기준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됐다.
결론적으로 챗GPT는 인간처럼 나름의 기준을 세울 수 있는 단계에 이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인간의 피드백을 통해 계속 답변을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기존 AI의 결론 도출 과정은 인간이 이해할 수 있지만 챗GPT의 경우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연구팀이 챗GPT를 활용해 로봇·드론 등을 제어하는 프로그램 코드를 작성하고, 시연 과정을 공개한 바 있다.
-챗GPT 단계의 AI를 통해서라면 다양한 로봇이나 드론의 운용 데이터를 통해 구체적 명령없이 미션을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의 로봇이나 드론의 제어는 이륙부터 착륙까지의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입력해야 하나 이런 명령의 절차가 상당히 간소화될 것이다.
▲ 챗GPT로 인해 로봇이나 우주항공 산업은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보는가.
-기계, 항공, 로봇의 영역에서는 이미 낮은 단계의 인공지능 모델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흔히 최적설계라고 하는 분야는 전문가의 선택을 통해 인자를 결정하고 제한된 학습 데이터를 통해 원하는 성능의 시스템을 설계해나가는 분야다.
예전에는 계산자원의 한계 등으로 인해 이와 같은 방식을 선택했다. 그러나 계산자원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해 기존 기술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었다. 이런 기술 발전은 좀 더 효율적이고 목적에 맞는 시스템 설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한정된 분야의 AI는 고도화된 모델일 필요는 없어 AI 분야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다.
▲챗GPT를 이용한 로봇은 기존 로봇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궁금하다.
-챗GPT를 활용한 로봇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우선 게임의 NPC(Non Player Character)의 발전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보면 게임 내의 NPC가 작동되는 알고리즘이 실제 로봇이 구동되는 알고리즘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된다.
게임의 스토리를 학습시킨 NPC는 정해진 행동만하는 현재의 NPC와는 다르게 능동적이고 다양한 반응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따라 플레이어마다 NPC로부터 다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로봇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같은 로봇이라도 집의 분위기라든지 주변 환경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응답을 하는 로봇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챗GPT 로봇은 사람들과 원활하게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다.
-인간은 1:1의 관계가 아니라 생각이 서로 다른 다수의 관계에서 상호작용을 한다. 현재 챗GPT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내용 중에는 문화적, 지리적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 있다. 학습된 데이터나 실제 피드백을 주는 사람의 거주권이 기술 선진국들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실제 챗GPT를 영어로 사용하는 경우와 한국어를 사용한 경우에 피드백의 완성도가 다소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따라서 원활한 상호작용으로 가기까지는 아직 많은 절차나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스타워즈나 인터스텔라 등 SF영화를 보면 인간과 친밀하게 대화하는 로봇이 등장한다. 챗GPT를 이용하면 이런 로봇을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하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가능할 것으로는 생각된다. 조금 다르다면 한 분야에 집중된 AI가 아니라 다양한 영역과 환경에서 학습된 AI가 등장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다만, 이런 AI기반의 시스템들에 대해 과도한 기대나 무조건적인 의존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고도화된 AI의 의사결정과정을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는 AI가 어떤 가치에 중점을 두고 의사결정을 하는지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와 같은 결론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이런 AI의 의사결정단계를 이해하기 위한 AI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사람이 도전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영역이 있는 분야임에는 분명하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상원기자 slle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