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황교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김기현 후보의 울산 땅투기 의혹과 대통령실 전당대회 선거 개입에 대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김 후보는 사퇴를 종용하는 두 후보를 향해 결과 불복이자 경선 정신 훼손이라고 맞받았다. 8일 전당대회 승자가 결정되더라도 결과에 대한 수용과 정당성 논란이 꼬리를 물 것으로 예상된다.
안 후보와 황 후보는 전당대회 투표 마지막 날인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김 후보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황 후보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있어서는 안 될 의혹들로 얼룩졌다. 울산 땅투기 의혹으로 역대 가장 혼탁한 선거로 우리는 또 위기에 빠질 것이다”라며 “당은 또 분열하고 대통령께 큰 짐을 지우게 될 것이다. 지금 원칙을 세우고 이 위기를 멈춰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전당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대통령실 전당대회 개입 문제를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자세다. 그는 “김 후보의 울산 땅투기 의혹과 대통령실 선거 개입 의혹은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반드시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라면서 “윤석열 정부 공정성에 직결되는 문제로 그것만이 당의 분열을 수습하고 내년 총선의 승리를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안 후보는 공동 기자회견 이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행정관들의 전당대회 선거 개입과 관련 강 수석을 공수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안 후보와 황 후보는 이날 사퇴 촉구가 김 후보에 대한 '최후통첩'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 선거와 대통령실 전당대회 개입 관련 모든 증거를 가지고 함께 싸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 논란은 대통령실 행정관이 단체 채팅방에서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홍보물 전파를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이어 관련 녹취록까지 퍼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김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특정 후보에 대한 것은 없었고, 국정 홍보와 관련된 언급만 있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 후보와 황 후보가 공동 대응을 선언하면서 관련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차기 지도부의 리더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당대회 초기부터 논란이 됐던 '윤핵관'의 압박과 '대통령실 개입'이 당내 분란 요소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다. 당 지도부 입장에서 전당대회 갈등을 최대한 빨리 봉합하는 것이 숙제지만, 진실규명과 고소·고발전으로 확전된 만큼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백브리핑에서 “(전당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사안에 대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 본인이 관련된 사안도 아니고, 공무원의 단톡방에 정치 의견을 언급하는 것에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후보측은 논평을 통해 “경선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것인지”를 따져 물었다. “패색이 짙어졌다고 두 후보가 힘을 합쳐 당원들의 명령마저 듣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민주주의 꽃인 경선 정신을 훼손하는 아집이자 독선”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측은 “'정당 분쇄기' 안 후보와 보수정당 최악의 패배를 겪은 황 후보가 손잡고, 또다시 국민의힘을 분열시켜 총선 참패로 밀어 넣으려는 것은 아닌지 100만 당원이 긴장하고 있다. 더 이상 내부총질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