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 "복수의결권은 글로벌 기업 키우는 마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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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이 협회장 취임 소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혁신적 기술이 가능하려면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자돼야 하지만 한국은 지분 희석을 우려해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복수의결권 도입은 글로벌 기업을 키우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성상엽 신임 벤처기업협회장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복수의결권 도입 법안이 또 제동이 걸린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테슬라와 같은 혁신 기업을 육성하려면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한데 국내에선 창업자 지분 희석 우려 등으로 대규모 투자 유치가 어려워 기업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성 회장은 “국내에도 훌륭한 창업자가 많지만 미국처럼 딥테크로 혁신을 만드는 글로벌 회사가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기업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투자자도 제도 도입을 원하는 만큼 열린 자세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취임한 성 회장은 '완결형 벤처생태계 구현'을 일성으로 내세웠다. '창업→성장→투자→회수→재도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질적 성장을 이끌겠다는 포부다. 또 기존 벤처기업은 물론 초기 창업기업까지 회원사를 확대하고 게임·프롭테크 등 다양한 업종으로 회원사 풀을 늘려 혁신벤처업계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겠다는 비전도 세웠다. 이를 위해 투자유치 기회 제공 등 실질적 혜택을 회원사에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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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오른쪽)과 권건호 전자신문 벤처바이오부장이 협회 주요 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대담=권건호 벤처바이오부장

-11대 벤처기업협회장 취임 소감은.

▲2004년 창업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면서 벤처기업이 겪는 생애 전 과정을 몸소 체험했다. 창업 벤처인에겐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성장하는 기업엔 성공벤처로 가는 기업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복합위기 극복과 경제성장을 위해선 벤처기업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벤처기업이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도록 적극 협력하고,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며 서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벤처기업 간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정부와 협력을 강화하며 교육과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

-벤처업계 원로들이 나서야 할 만큼 협회장 자리를 꺼리는 분위기다. 바뀌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협회가 그동안 차기 회장사를 찾는 데 난항을 겪었던 건 사실이다. 업계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대외활동에 할애하는 시간이 늘고, 정부 정책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도 있다. 또 정부와 국회, 대기업과 대립각을 세우는 일이 발생해 '자칫 회사에 피해를 끼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역대 협회장들은 벤처생태계 조성과 발전, 기업 성장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덕분에 협회는 명실상부한 벤처·스타트업계 대표단체로 거듭났다. 최근 신산업 등장으로 다양한 분야 벤처기업 성장 기회가 만들어졌고, 기업가정신을 무장한 청년창업가 등장,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협회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시점이다.

우선 기술벤처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수많은 기업을 품을 수 있는 회원사 풀이 생겨야 한다. 그 안에서 임원사를 구성하고 새로운 회원사도 협회 활동을 하면서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좋은 분들이 더 많이 모여야 협회도 발전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VC), 액셀러레이터(AC)와 네트워킹을 통한 투자유치 기회 등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혜택을 회원사에 제공하는 데 힘쓰겠다.

-현 정부가 내세운 '벤처·스타트업코리아' 실현을 위한 전제조건은.

▲복합위기 극복과 경제성장을 위한 현 정부 기치는 시의적절하다. 정부는 다양한 제도를 통해 벤처생태계 완성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도 없고 다 해서도 안 된다. 벤처 생태계 주역은 기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간 생태계 내에서 부족했던 우수 인재 유치, 글로벌화, 민간투자, 회수시장 등에 대한 대책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메꿔 나아간다면 벤처·스타트업코리아 실현은 가능하다고 본다.

한국 벤처생태계가 성숙하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벤처투자 및 회수시장이 협소하고 경직돼서다. 또 국내 벤처 투자시장은 모태펀드와 공적자금 등이 주도한다고 할 만큼 정부 의존도가 높다. 민간자본 자생력을 키워 '투자→창업·성장→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민간 중심 벤처투자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활발한 민간 모험자본 유입을 위해 파격적 인센티브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완결형 벤처생태계'를 추진과제로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창업→성장→투자→회수→재도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선순환 사이클을 통해 벤처생태계 질적 스케일업을 이루는 게 목표다. 완결형 벤처생태계가 완성되면 벤처·스타트업이 더 많은 사업을 공격적으로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협회는 창업안전망 확보, 지역·글로벌로 벤처 영토 확장, 벤처모펀드와 민간투자 활성화, 인수합병(M&A)으로 대표되는 회수시장 활성화, 재도전을 위한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와 재창업공제제도 시행 등을 세부 정책과제로 추진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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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특히 국내에선 M&A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회수시장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가.

▲한국은 벤처 선진국과 달리 M&A를 통해 성장하고 엑시트(EIXT)하는 구조가 아니다. 지난해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를 보면 M&A 사례는 전체 벤처기업의 2.4%에 불과하다. M&A 시장 활성화를 위해 중기·벤처기업 대주주의 양도세율(20% →10%)을 낮추고, M&A 시 거래액에 대한 법인세 감면 혜택(10%→최대 50%)을 확대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M&A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M&A 보험'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세컨더리 펀드도 활성화해야 한다. 현재 정부 지원은 대부분 초기 창업기업에 집중하는 반면에 정작 프리 기업공개(IPO) 등을 앞둔 중기 이상 벤처기업은 1~2년을 버틸 자금이 절실하다. 세컨더리 펀드는 빠른 자금회수, 투자기업의 지속적인 성장보장 등 장점을 가지고 있어 모태펀드를 통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제도도 정비가 필요하다. 지난해 본격 시행해 총 투자금액 865억원 중 93%가 국내 중소벤처기업에 투자되는 성과를 보였으나 여전히 외국에 비해 각종 규제에 묶여있다. 부채비율 제한(200%), 외부자금 제한(총 펀드의 40%), 해외투자 제한(총 자산의 20%) 등의 제도 전방위에 걸쳐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복수의결권 등 법제화 과제가 산적하다. 복안이 있나.

▲최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복수의결권과 관련한 법안 통과가 좌절됐다. 이미 상임위에서 치열한 논의를 통해 안전장치를 마련했음에도 법사위 문턱에 또다시 걸려 안타까운 마음이다. 미국, 영국, 중국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등 세계적으로 복수의결권을 허용하고 있다. 복수의결권은 투자자도 원하는 제도다. 회사가 투자받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창업자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의결권을 보장하는 것이지 특정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게 아니다.

특히 미국 테슬라와 같이 혁신적 기술이 가능하려면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자돼야 한다. 현재 대규모 투자 유치 과정에서 창업자(회사)가 언제든 M&A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한국에서 글로벌 기업이 나오지 못하는 것도 지분 희석을 우려해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복수의결권 도입은 글로벌 기업을 키우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혁신적 기술에 투자가 이뤄지면 고용도 좋아지지 않겠나.

또 '30인 미만 기업의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등 대내외적인 환경변화로 인해 혁신벤처업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는 업계 바람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관련 법안이 신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를 대상으로 업계 의견과 법안 당위성을 설득해 나아가겠다. 또 현재 추진 중인 벤처기업특별조치법 개정과 관련해 업계가 필요한 내용들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와 합을 맞춰 법령 개정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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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규제개선도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법이 있을까.

▲현 정부가 '규제혁신'을 최우선 모토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으나 산업 현장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획기적 규제 개선을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제혁신 추진을 제안한다. 최소한 우리가 경쟁해야 할 선진국 수준의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사전허용 후 규제'라는 대원칙 아래 선진국에 없는 과도한 규제는 제거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규제혁신 컨트롤타워 권한을 공정거래위원회 수준으로 강화하고, 규제혁신추진단 등에 현장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현직 민간 전문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기존 산업과 마찰이 끊이질 않는다. 해결책은 없을까. 그런 와중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로톡 이용을 금지한 대한변호사협회에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많은 법적 규제가 일반 소비자나 국민을 보호하려는 취지와 달리 특정 이익집단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해 오히려 국민 편익을 저해하고 신산업 태동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변협과 로톡 간 갈등 외에도 한국세무사회와 삼쩜삼(세무서비스), 대한의사협회와 디지털 헬스케어기업(원격의료) 등 기존 이익집단과 마찰이 계속되고 있으나 정부 대응은 미흡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디지털경제 시대에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규제혁신은 필요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 실제로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변협의 권한남용으로 인해 누적된 경영악화로 최근 전 직원의 50%를 감원하는 등 위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에 공정위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통해 혁신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을 촉진한다는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 특히 변협과 같은 거대 단체를 상대로 얻어낸 결정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 크게 느껴진다. 이를 계기로 국내 법률서비스 플랫폼이 활성화해 세계 수준 리걸테크 기업이 속속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정부는 기존 이익집단이 법을 뛰어넘는 권한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감독을 해야 한다. 기존 규정 등이 벤처·스타트업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신산업분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임기를 마친 뒤 어떤 협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취임식 때 말씀드린 사안들이 해결되고 변화된 벤처생태계 발전에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 회원사와 협력해 혁신·창의 아이디어를 적극 지원하고, 지식과 경험을 공유해 회원사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벤처기업이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인식시키고, 벤처기업을 둘러싼 법·제도적 장애물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을 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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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성상엽 회장은…

1972년생으로 대구 달성고,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앤더슨 컨설팅을 다니다 2004년 위성통신 안테나·솔루션 전문 기업인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를 창업했으며, 2016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2018년 전파방송기술대상 대통령 표창, 2020년 무역의날 장관 표창, 지난해엔 한국거래소 코스닥 라이징스타 선정, 광대역 국제위성통신 인증, 1억불 수출 탑을 수상했다. 2016년부터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2020년 11월부터는 수석부회장을 역임하며 국가 경제 활성화와 벤처생태계 발전에 힘써왔다.

정리=


조재학기자 2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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