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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환경연구는 주로 생태계 및 동물을 사람과 분리해서 관찰하는 것이 주였다. 2021년에는 기온상승에 따른 '열 스트레스'가 갖가지 동물의 정자생산 및 수정에 악영향을 끼쳐 불임을 일으킬 수 있다는 멜버른대 연구가 발표됐다.

한 해 전에는 스페인 오비에도대 생물다양성연구소의 국제 공동연구로 기온상승이 파충류 양서류를 비롯한 변온동물의 노화를 촉진한다는 연구도 있었다.

그러던 중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기후변화'가 사람과 동물 간 갈등도 증폭시키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야생동물과 사람은 매우 긴밀하게 얽혀있고, 이런 연관성이 상당히 과소평가 됐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이 연관성은 갈등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발표한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기후변화에 따른 사람과 야생동물 간 갈등을 전 지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총 49건 갈등사례를 살폈는데 80%에 해당하는 대부분 원인이 기후변화였다.

북극 온난화에 따른 해빙 손실은 북극곰의 식량부족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알래스카 등지에서 북극곰이 본래 자기 영역을 벗어나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일례로 '북극곰의 수도'로 불리는 캐나다 마니토바주 처칠에서는 사람과 북극곰이 접촉하는 일이 1970년부터 2005년 사이 3배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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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는 동부 갈색 뱀이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탄자니아에서는 폭우가 사자를 평소 사냥 장소에서 벗어나게 해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늘었다고 전했다.

더욱이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서부에서는 2009년 심한 가뭄으로 먹거리를 찾지 못한 아프리카 코끼리들이 사람의 영역으로 들어가 매일 2~3에이커(1에이커는 약 4047㎡) 농장을 망쳤고, 농부들은 보복 살해로 응수했다. 사람과 야생 동물 간 갈등이 우리 산업 경제까지 혼란에 빠뜨리고 동물 감소를 가속화하는 것이다.

열대 태평양 중앙과 동부 해상 수온이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 그 반대 개념인 '라니냐 현상'도 사람과 동물 간 갈등을 부추긴다. 사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이전부터 있던 현상이지만, 기후변화로 수온 오르내림이 커지면서 그 위력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수온 변화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일대 무역풍에 변화를 일으키는데 엘니뇨는 인도네시아에 고기압을 형성한다. 당연히 강수량이 적어지고 산불 위험이 커진다.

이에 따라 촉발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산불로 코끼리와 호랑이가 사람 주거지로 들이닥쳐 인명 피해를 낳은 일도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라니냐로 뭍의 먹이 사슬이 파괴돼 뉴멕스코 흑곰, 칠레 여우가 사람 영역으로 몰려든 일도 있었다.


연구진은 변화하는 기후에서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고 사람과 야생 동물 간 갈등을 제한하기 위한 전략·정책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