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여러 층으로 이뤄져 있다. 지구 체적의 1% 미만이면서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지각, 체적 80% 이상을 차지하는 맨틀, 외핵, 내핵 등 4중 구조다.
그러나 지구 내핵 안에 또 다른 핵이 존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이 같은 4중 구조 정설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호주국립대 지진학과 흐르보예 트칼치치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내핵 안에 다른 구조가 존재한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발표했다. 지진으로 만들어진 지진파가 내핵을 통과했다가 돌아오는 시간 차이를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지구는 표면에서부터 5~70㎞까지 지각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 아래로는 맨틀 지역이 시작된다. 맨틀은 전체 지구 깊이 중 45%를 차지하는 가장 큰 부피로, 맨틀 최하단의 약 200㎞ 두께 경계면을 지나면 유체 상태의 외핵과 고체인 내핵이 차례로 존재한다.
연구팀은 지난 10년간 발생한 규모 6 이상 지진 약 200건을 분석, 지진파가 지구 중심을 지나 진앙 반대편 대척점을 오가는 신호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이 신호를 더욱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지진계에 기록된 신호를 증폭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지진파가 지구 지름을 따라 다섯 차례 오갔음을 포착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방법을 통해 내핵 안쪽 구조를 추측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제공했다고 설명한다. 철과 니켈 합금 등 고체 상태인 내핵을 지진파가 통과하는 각도에 따라 통과 속도가 느려지거나 빨라지는 것을 분석, 내핵 내 또 다른 내부 구조가 존재할 수 있음을 추론한 것이다.
이처럼 기존 지구형성 이론을 뒤집는 지구 내핵 내 또 다른 핵 존재 가능성은 과거에도 제기된 바 있다. 다만 내핵 안 또 다른 핵은 기존 내핵과 마찬가지로 철과 니켈 합금 성분으로 추정됨에 따라 제대로 확인이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2015년 미국 일리노이대 샤오둥쑹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지진파 분석을 통해 내핵 구성물질을 규명한 결과 내핵 속 철 결정체가 정렬된 방향에 따라 바깥쪽 내핵과 안쪽 내핵, 즉 이중 구조로 구분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당시 연구팀은 분석을 통해 내핵 속 철 결정체가 바깥쪽은 남북 방향으로 정렬됐으나 안쪽은 동서 방향으로 정렬됐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처럼 내핵 내 또 다른 핵 존재는 지구 진화단계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과학계는 이를 활용해 내핵 형성 기원에 관한 역추적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로 다른 구조를 지닌 두 내핵이 존재한다는 것은 내핵 구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구가 급격한 변화에 해당하는 대형 사건을 겪었다는 것을 입증할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이외에도 내핵 내 또 다른 핵 존재와 함께 정렬 방향에 대한 규명이 추가로 이뤄지면 과거 지구 자기장 방향이 현재와는 다른 방향이었을 것이란 기존 학설 등과도 연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과학계는 지구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내핵 내 또 다른 핵 '타임캡슐'에 주목하고 있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