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삶의 질'을 위한 슬립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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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웅 텐마인즈 대표

인간은 평균적으로 일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낸다고 한다. 매일 7~8시간 수면을 취하는 사이 인체는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해소하는 한편 뇌에서는 활동 시간에서 쌓인 정보를 중요도 순으로 정리하고 처리한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이튿날 활동을 위해 몸과 마음의 원기를 회복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급속한 디지털화와 문명 발달에 따라 일명 '선진국병'으로 불리는 수면장애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에서 수면장애로 치료받은 환자는 연평균 7.9% 증가, 2016년 49만5506명에서 2022년 67만1307명으로 늘었다.

과거에는 수면장애를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코골이가 그 예다. 코골이는 성인 인구의 약 50%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증상이면서 대표적 수면장애 증상의 하나다. 소음으로 말미암아 동거인의 수면 방해를 넘어 코골이 환자 본인의 정상적인 수면 과정을 방해한다. 이로 말미암아 주간졸림증이나 만성 피로 등이 유발되고, 방치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발전하는 등 증상이 심화한다. 호흡 곤란 및 산소 부족에 따른 심근경색, 고혈압, 뇌경색, 기억력 감퇴, 우울증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단순한 잠버릇으로 인식되던 코골이는 최근 심각한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힘입어 질환으로 인식하고 교정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렇듯 수면장애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함에 따라 '질 좋은 수면'에 대한 관심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 관련 산업 규모는 2011년 4800억원 수준에서 급격히 성장해 2022년 약 3조원에 달했다. 글로벌 수면 시장 역시 2019년 약 110억달러에서 2021년 15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2026년에는 32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이후 세계적으로 수면장애 환자가 증가하면서 수면 산업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 가운데 '슬립테크'가 있다. 슬립테크는 수면에 테크놀러지를 도입해서 숙면을 돕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는 언론을 통해 2016년에 처음 소개됐고, 2017년 1월에 개최된 CES에서 미국수면재단이 '슬립테크 마켓플레이스'를 마련하고 수면 관련 기술을 선보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성장을 거듭한 슬립테크는 올해 개최된 CES 2023에서도 기업의 격전이 벌어졌다.

국내 슬립테크 산업의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이 주도한다는 평을 받고 있는 슬립테크 시장에서 'K-슬립테크'는 당당하게 한 축을 꿰찼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인공지능(AI)이나 정보기술(IT)을 접목해서 수면 데이터 수집과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임상적 검증을 마친 제품·솔루션 등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기존 슬립테크 기업이 수면 상태 측정에 초점을 맞추고, 상대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K-슬립테크는 수면 시 착용해야 하는 웨어러블 제품부터 근처에 놔두기만 해도 되는 니어러블(Nearable) 제품까지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착용할 필요가 없어 실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인 니어러블 제품의 약진이 돋보인다. 베고 자면 코골이 소음을 감지해 사용자의 머리 위치를 바꿀 수 있도록 에어백이 내장된 베개나 수면장애가 발생하면 미세한 진동으로 자율신경계를 자극, 최적의 수면 상태로 만드는 매트리스 등이 그 예이다.

후발주자임에도 비약적인 발전을 일궈 낸 K-슬립테크 산업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슬립테크 산업 전체가 직면하고 있는 비판인 '실증적 증거가 없다'는 것을 타파해야 한다. 이를 위해 슬립테크 산업 종사자나 기업뿐만 아니라 여러 의료 관련 기관과 학계가 연계해서 과학적 근거를 쌓아 나갈 필요가 있다. 슬립테크 산업이 폭증하고 있는 지금 단순한 검증을 넘어 실질적으로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건강하고 질 좋은 수면을 위해 다양한 업계의 협업과 정책적 협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승웅 텐마인즈 대표 ceo@tenmind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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