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전과 공방전으로 치닫는 SM경영권 분쟁이 아티스트의 '탈 이수만' 멘트와 1분기 활동계획 축소 등의 분위기로 이어지면서, 팬들 사이에서 자존심 지키기와 조기 수습 요구의 양분화된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소셜과 커뮤니티, 포털 등에서는 하이브-SM 간 경영권 분쟁을 의식한 SM 아티스트들의 공식멘트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화두가 된 멘트들은 샤이니 키, 레드벨벳 슬기, 에스파, NCT 도영 등의 발언이다. 우선 샤이니 키는 최근 솔로 정규2집 리패키지 'Killer' 컴백 카운트다운 라이브 소통 중에, 앵콜 콘서트를 바라는 팬의 말에 “이걸 어디에 얘기해야 앙코르 콘서트를 열어주는 거냐”라며 한숨 섞인 답을 던지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또 레드벨벳 슬기는 지난 18일 진행한 생일기념 개인 팬미팅 ‘HAPPY SEULGI DAY’에서 팬이 요청한 ‘Hype Boy(원곡 뉴진스)’ 안무를 살짝만 보여준 뒤 “곤란한 일은 절대 안 만들고 있다”라며 난색을 표하는 등 중립적인 면모를 보였다.
여기에 같은 시간 펼쳐진 ‘써클차트 뮤직어워즈 2022’에서 대표곡 Girls로 7월 음원부문을 수상한 에스파와 정규앨범 Universe로 2022년 1분기 앨범 수상자로 오른 NCT 도영이 각각 "어떤 활동을 하게 돼도 멋진 모습으로 돌아올 것", " 팬들과 옆에 고생해주는 형누나들만 있으면 흔들리지 않고 더 열심히 할 것"이라며 기존의 '이수만' 언급없이 팬들과 스스로를 다독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멘트의 중심에는 하이브와 SM 사이에서 펼쳐지는 경영권 분쟁에 조심스러워하는 마음이 자리한다. 물론 이성수 대표가 성명영상을 통해 "아티스트 본연의 행보를 다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지만, 전 대주주 이수만을 향한 폭로와 함께 격화되는 논박 속에 SM 아티스트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인상과 함께 추이를 관망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비쳐지는 모습이다.
이러한 멘트들은 곧 금일 실적발표와 함께 제시된 SM의 앨범·콘서트 계획과 맞물려, 팬들과 엔터업계 사이에서는 다소 우려섞인 궁금증을 낳는 모습이다. 2분기 에스파·샤이니의 정규앨범 전까지는 샤이니 온유·카이 등을 제외한 별도 신보 계획 없이 콘서트 계획만 잡혀있는 것이 밝혀지면서 기존 아티스트들의 활동이 한동안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음은 물론 엑소, 슈퍼엠은 물론 SM 3.0으로 예고된 신인그룹과 NCT 도쿄, 버추얼 아티스트 등 전체적인 데뷔컴백이 연기될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궁금증은 팬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반응으로 이어진다. 우선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에서는 현재의 SM 아티스트들의 목소리나 행동은 SM 고유의 IP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암묵적인 의사표현이며, 앨범계획의 중장기적 연기 또한 이러한 표현들을 감안한 것으로 지켜봐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년째 아티스트와 함께 성장해온 팬덤으로서도 이러한 대열은 당연하다는 시선이다.
다른 일각에서는 다소 다른 시선이다. 이성수 대표를 차치하고라도, 평직원 협의회나 25개 센터장들의 성명 등의 압박들로 인해 활동부담을 느낀 아티스트들이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 현재의 조심스러운 행보로, 장기화될 경우 활동위축과 함께 팬덤 일부를 비롯한 대중의 시선을 차갑게 식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에 따르는 경제적인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대중의 시선은 SM 관련 내용에 대한 극적인 주장 대신 중립에 가까운 긍부정 색깔을 띤다. 다만 공통적으로 폭로에 폭로를, 반박에 반박을 덮는 릴레이 설전에 대한 언급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K팝 역사를 주도하는 대표 엔터기업들의 경영논리를 따지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그 안에 K팝 산업의 주체로 떠오른 아티스트와 팬덤의 몫은 배제된 듯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불법적 행위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처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면서도, 양측의 대립과 여론전이 K팝 시장 전체의 성장을 저해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티스트는 여론 반응이나 향후 인수 상황을 고려하면 의견을 개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모두가 혼란을 겪고 있다. 아티스트와 팬덤을 고려한 구체적인 조치가 빠르게 추진되고 정상화되기를 다들 바라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