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체 휠라와 푸마가 네이버쇼핑 스마트스토어 운영을 중단했다. 네이버와 무신사간 신경전이 입점 브랜드 눈치 싸움으로 확전됐다. 지난해 가품 문제로 충돌했던 양사가 또다시 갈등을 빚는 양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휠라코리아와 푸마코리아는 최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휠라는 스토어 내 모든 메뉴를 삭제했으며 푸마는 전 제품을 매진으로 처리했다. 무신사 등 다른 플랫폼에서 정상 판매 중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의도적으로 네이버쇼핑에서 제품을 철수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대형 패션 브랜드가 네이버쇼핑에서 철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양사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합산 10만명이 넘는 고정 알림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철수 배경에는 무신사가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두 플랫폼간 갈등으로 경쟁회사에 입점하는 것을 눈치볼 수밖에 없다”면서 “브랜드 입장에서는 무신사, 네이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에서도 최근 무신사 영업 방식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무신사는 네이버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오픈마켓 플랫폼 가품 문제를 근절하겠다고 설립한 '한국브랜드패션협회'가 대표적이다. 무신사는 협회 설립을 주도하며 국내 패션 브랜드, 제조사 등 50여개 기업과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디스이즈네버댓, 커버낫 등 이른바 친(親) 무신사로 불리는 중소 브랜드는 물론 K2코리아, 에프앤에프 등 대형 브랜드도 합류했다. 휠라코리아도 협회 창립멤버 중 하나다.
한국브랜드패션협회가 진행하는 '페이크 네버(FAKE NEVER)' 캠페인도 네이버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캠페인 슬로건부터 네이버를 연상시킨다. 캠페인 홈페이지 내 가품 제보 사례에는 네이버 스토어 판매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해 전시하고 있다.
이처럼 무신사가 네이버를 견제하는 것은 사업 영역 충돌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버티컬 패션 플랫폼 '패션타운'을 선보였다. 네이버쇼핑에서 운영하던 백화점·아웃렛·디자이너·스트릿 등 패션 카테고리를 통합한 서비스다. 이전까지 흩어져 있던 브랜드 직영몰을 하나로 모으면서 무신사 스토어, 29CM 등 무신사가 운영하는 플랫폼과 흡사해졌다. 무신사 입장에서는 대형 플랫폼 네이버에게 고객층을 내줄 수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양사는 작년에도 가품 논란으로 맞붙은 바 있다. 당시 무신사 부티크 판매 제품이 네이버크림에서 가품 판정을 받으면서 갈등을 빚었다. 브랜드 본사가 크림의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됐다. 다만 이로 인해 부티크 사업에 타격을 입은 무신사가 네이버 오픈마켓을 겨냥해 가품 이슈를 다시 확산시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