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내 유보금 140조 넘어 '사상 최대'

코로나 전 비교 땐 68.6% 급증
국내외 불확실성 탓 재원 비축
'뉴 삼성' 앞당길 기술투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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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사내 유보금이 140조원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국내외 사업투자 여건의 불확실성 여파로 분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위기 속에서도 기술과 투자를 강조함에 따라 대형 인수합병(M&A)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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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자료: 전자신문)

삼성전자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결기준 미처분 이익잉여금(사내 유보금)은 145조6519억원으로 나타났다. 2021년(122조2506억원) 대비 18.8%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내 유보금은 기업이 법인세까지 납부하고 남은 순이익 가운데 투자나 배당 등으로 유출하지 않은 채 사내에 쌓아 둔 이익을 뜻한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장기 투자를 위해 아껴 둔 재원이다.

삼성전자의 사내 유보금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부터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20년 96조3286억원에서 이듬해 20.7% 늘어난 122조250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145조6519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18.8% 늘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서는 무려 68.6%나 사내 유보금이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사내 유보금 증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제유가 상승,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 크다. 경기침체에 따른 국내외 사업 투자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기에 대응할 재원 비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매출액 300조(302조2300억원) 시대를 열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나 감소했다. 대외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투자 재검토와 전사 비용절감에 돌입하기도 했다.

업황 악화로 반도체, 가전, 스마트폰 등 주력 분야 재고가 급증한 것도 사내 유보금이 늘어난 것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재고자산은 사상 최대인 52조1878억원을 기록했다. 통상 사내 유보금은 현금성 자산을 제외하고 설비, 재고, 유·무형 자산도 포함된다.

140조원 규모의 사내 유보금 활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생산현장을 찾아 공격적인 투자를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022년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반도체 감산이나 투자를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올해 안에 이 회장의 '뉴 삼성' 혁신을 앞당길 대형 M&A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하반기까지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질 전망인 데다 현재 유동성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사내 유보금은 어느 정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을 포함한 우리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증가한 것은 경기 불확실성에다 확실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정부도 좀 더 정밀한 산업 가이드라인 제시, 투자에 따른 규제 완화, 인센티브 시스템 보강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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